"선수는 결국 구단의 귀한 재산인데…"
당장에 꼭 해야하는 일을 뒤로 미뤄두면 결국 큰 사고가 생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유용하면서도 허무하다. 소를 잃은 마당에 뒤늦게 외양간을 고쳐서 무얼 하자는 걸까. 고치고, 다듬고, 준비하는 일은 소를 잃기 전에 미리 해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해보자. 2015시즌, 각 팀별 엔트리는 분명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 비용 등 여러 문제를 들어 일부 구단 프런트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이건 어리석은 판단이 아닐 수 없다. 3년 만에 프로야구 무대에 돌아온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올시즌 프로야구에 대해 "시행 착오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올해 처음 10개 구단 체제가 가동되며 팀당 144경기로 늘어난 점을 우려했다. 경기수가 늘어난 것 자체가 걱정되는 게 아니다.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프로야구 경기의 질적 하락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결국 프로야구 팬에 대해서도 큰 실례라는 걱정이다.
김 감독은 구단들의 사정까지도 감안한 듯 직접적으로 "엔트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표현 대신 이런 말을 했다. "구단이 선수들을 귀중한 재산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이제 80억이 넘는 FA가 나오지 않았나. 선수는 결국 구단 입장에서는 잠재가치가 80~90억이나 되는 재산이다. 관리를 소흘히 해 이런 선수 하나를 놓치면 구단이 그만한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선수에 대한 관리와 보호가 지금보다는 더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 우회적으로는 '엔트리 확대'까지도 포함한 의견이다.
사실 2014시즌 프로야구는 외형적으로는 변함없는 호황을 누린 것 같다. 관중수도 2013년 644만1945명보다 약간 늘어 650만명을 넘어섰다. 입장 수익도 전년도에 비해 평균 5% 가량 늘어났다. 또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성과도 냈다.
하지만 자세히 돌아보며 프로야구가 반드시 좋은 모습만 보인 건 아니다. 기형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의 수준 저하 논란이 오가며 '프로야구 위기론'이 조심스레 논의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과정에서도 이런 위기론은 있었다.
때문에 2015년에도 프로야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경기력을 끌어올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김 감독이 "2015년의 관건은 결국 '내용있는 야구'에 달렸다"고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팀당 엔트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수만 현재처럼 대폭 늘어날 경우 경기 수준의 저하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시즌 중후반에 접어들면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부상자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마치 인원보강 없이 '야근'과 '잔업'이 대폭 늘어난 회사 조직과 흡사하다. 그 안에서 벌어질 일들을 예상해보면 2015 프로야구의 문제점이 예상된다. 구성원의 체력 부담이 커지고, 삶의 질과 함께 각자의 성과도 동반 하락하는 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외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체력을 똑같이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일부 구단에서는 162경기를 25명 엔트리로 소화해내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예를 들어 한국 프로야구의 엔트리 확대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감독은 그들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했다. "선수가 혹사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바로 엔트리 확대가 되지 않은 2015시즌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현재 프로야구 엔트리는 26명 등록, 25명 출전으로 정해져 있다. 일부 구단이 이에 대한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비용 문제 때문이다. 선수 1~2명을 늘렸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주장이다. 무리한 일정속에 선수가 다치고,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구단은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구단이 선수를 진정한 자산으로 여긴다면 자산관리와 가치 증대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