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쿠아리움 균열 등으로 안전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가 지하주차장에서도 대규모 균열이 발생해 파문을 던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를 시공한 롯데건설 관계자는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 바닥 일부에서 실금이 생겨 에폭시 처리를 했다"며 "지난 12월 16일부터 보수 공사를 시작했고, 1월 3일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2롯데월드의 지하 2, 3, 4, 5층 주차장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났고, 롯데 측에서 에폭시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보수 공사를 마친 곳은 위험 안내선과 함께 고객들이 주차를 못하게 막아놓은 상태다.
특히 균열이 심한 곳은 지하 4층 주차장으로 주차구역 Y2, Y3, X3, X4, X5을 시작으로 K2~K5구역까지 모두 42개 구역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주차장 한 구역 당 평균 6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어, 지하 4층에서만 240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금이 간 것이다. 이는 지하 4층 주차장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나 되는 넓이로, 균열이 상당히 넓게 퍼져있어 주차장 이용 고객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하 3층 주차장의 균열도 심각한 상태다. 총 24개 구역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주변에 위험 안내선을 설치해 고객들이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 놨다. 24개 구역은 자동차 160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 5층 주차장 역시 11개 구역에서 균열이 나타났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위험 안내선으로 고객들의 접근을 막아놓은 채, 보수공사에 사용한 에폭시가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5층도 균열 때문에 차량 75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 2층엔 주로 여성전용 주차장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그나마 다른 곳보단 균열이 가장 적게 나타난 곳이다.
문제는 제2롯데월드 주차장이 평소 사용 고객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장 당시 제2롯데월드 측은 서울시와의 협의로 주차예약제와 전면 유료화를 실시했다. 비싼 주차료와 복잡한 절차로 실제로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고객들이 많지 않아, 주차장은 상당히 한산한 편이었다. 균열이 심각한 지하 4, 5층의 경우엔 실제 이용객이 거의 없었던 곳이기도 하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에 자동차 이용 고객이 많지도 않았던 주차장인데 벌써 대규모로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주차장 공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주차장 이용 고객이 많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균열은 주차장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금으로 일반적이고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리고 균열은 주차장 시공보다 관리가 중요한데, 균열 법정 허용치인 4㎜보다 자사 기준인 3㎜의 높은 기준으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주차장에서 발생한 균열들을 모았다가 한 번에 보수공사를 진행해 더욱 크게 보이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제2롯데월드는 개장 전부터 안전성 문제로 계속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잠실 주변 일대에서 싱크홀이 여러 곳 발견되면서 지반 침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돼고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석촌호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지하수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개장 후인 지난 10월엔 6층 식당가 통로 바닥에서 금이 발견돼 고객이 온라인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11월엔 에비뉴엘관 8층 중앙홀 천장 부분 구조물에서 균열이 발견돼 안전 논란이 다시 일었다. 롯데 측은 모두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인테리어 마감재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아쿠아리움은 수족관에서 물이 새는 것이 발견됐는데도 고객 몰래 영업을 진행했다가 결국 영업이 중단됐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은 영화 상영중에 스크린과 의자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커 문제가 됐다. 관람객들이 상영 도중 밖으로 대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결국 안전 문제로 영업이 중지됐다.
아쿠아리움, 영화관, 백화점 에비뉴엘, 쇼핑몰, 지하주차장 등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안전 문제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