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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KDB생명, 감독만 책임질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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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게 터졌다.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 위너스 안세환 감독이 30일 자진사퇴를 했다. 꼴찌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여자농구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고 하면서도 "감독만 탓할 수 있는 상황인가"라며 탄식했다.

아무리 여자프로농구가 프로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과시하고 있지 못하고 하더라도, 최근 KDB생명의 행보를 프로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2012~2013 시즌 이옥자 감독 선임 후, 시즌 도중 이 감독과 이문규 코치의 보직을 맞바꾸는 상식 밖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더니 실업(한국은행) 은퇴 후 평범한 은행원으로 살고 있던 안세환 감독에게 덥썩 지휘봉을 맡겼다. 수년간 여자농구판을 연구해도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물론 구단은 '신선함'을 앞세워 파격적인 카드를 밀고 나갔지만 애초에 '무모함'과 '신선함'의 실패, 성공 비중은 9대1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DB생명은 선수 구성으로는 우승 후보여야 한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인 신정자 이경은 한채진 이연화 등 확실한 토종 라인업을 갖췄다. 이러한 선수들을 데리고도 팀 성적을 어느정도 내지 못했다면 1차적으로 감독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이번 KDB생명 사태를 감독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다. 여자농구 감독들은 자신들의 직업을 '극한 직업'이라고 한다. 차라리 농구로만 승부를 볼 수 있다면 마음 편하다. 하지만 여자농구는 선수들의 기술, 팀 전술 뿐 아니라 쉽게 설명해 선수들 '비위'를 맞춰주는게 1번 숙제다. 아무리 좋은 전술을 만들어도 선수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끝이다. 여자농구 문화 특성상 각 팀들의 고참 선수들 입김이 선수단 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고, 팀 내부적으로 친한 선수들이 갈려 팀워크에 저해가 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출전시간 등을 놓고 한 선수가 한 번 삐치면 그걸 풀어주는 것도 오래 간단다.

최근 KDB생명의 경기들을 돌이켜보자. 안 감독이 전술적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부분들도 분명 많았지만,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점수차가 조금만 벌어지면 경기를 포기해버리고, 움직임에 활기도 없었다. 작전 타임 때도 선수들은 감독 지시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선수 뿐 아니다. 코치들이 감독의 지시에 의견 차를 보이는게 TV 중계를 통해 다 잡혔다. 아무리 부족한 감독이라도 부하들은 그 수장의 말을 따르는게 스포츠다. 당장의 성적을 떠나 여자농구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인급 선수를 대거 투입하는 안 감독의 선택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KDB생명 선수들은 2011~2012 시즌 후 김영주 감독을 몰아냈다. 두 시즌 연속 좋은 성적이 나며 강팀 반열에 오르는 듯 했지만 선수들이 많은 훈련량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구단, 코칭스태프가 선수단과의 기싸움에서 밀려버린 것이다.

구단도 문제다. 프로라면 이제는 상식적인 선에서 빠른 수습을 해야한다. 지금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모래알이 된 팀 조직력을 끌어올릴 새 수장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라면 새 감독에게 성적이면 성적, 리빌딩이면 리빌딩이라는 확실하게 갈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