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감독(43)이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부임을 거부했다.
이 감독은 24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 인천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김광석 인천 대표와 면담을 가진 이 감독은 감독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을 떠났다. 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인천 구단이 제시한 상식 밖의 계약 조건에 반발해서다.
이 감독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인천이 이 감독에게 1년 단기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선임도 프런트의 입맛대로 하려 했다"고 전했다.
인천은 이 감독의 계약 조건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비상식적인 계약 조건이다. 보통 신임 감독과는 다년 계약을 하는 것이 관례다. 1년은 감독이 자신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여기에 코칭스태프도 보통 감독이 원하는 인물들을 선임한다. 감독의 축구 철학을 공유해야만 제대로 된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은 이 같은 상식을 거부했다. 1년 계약을 고집했다. 이 감독이 원하는 코칭스태프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이 감독은 받아 들일 수 없는 계약 조건에 반발해 거부했다. 여기에 전임 김봉길 감독 경질 과정에서 나온 잡음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인천은 이 감독 선임 발표에 앞선 지난 19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김 감독을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전화 한 통으로 해임을 통보해 비난받았다.
인천은 이 감독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종헌 전 울산 코치 등 인천 출신 지도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없다. 하지만 인천 구단은 전임 감독 해임과 신임 감독 협상에서 보여준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최근 선수단과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됐다. 일부 선수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생활고를 해결할 정도다. 8월 부임한 김 대표는 상황 해결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 시장의 리더십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