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극 '힐러'는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힐러'는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그저 재수없는 단어라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 세대가 남긴 세상과 맞짱뜨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탄탄한 대본으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와 '울랄라부부', '제빵왕 김탁구' 등으로 톡톡 튀는 연출력을 뽐내왔던 이정섭PD의 합작품인데다 배우 유지태가 6년 만에 선택한 브라운관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8일 첫 방송이 7.8%의 시청률(닐스노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한데 이어 2회(7.9%), 3회(7.2%) 방송 시청률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15일 방송된 4회분은 5.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또 구설에도 올랐다. 오프닝 장면이 미국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 이하 POI)'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힐러'와 'POI' 모두 오프닝 영상 초반 CCTV가 등장하고, 인물 소개를 할 때 CG로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정섭PD는 표절 논란에 대해 16일 오후 1시 30분 파주 세트장에서 진행된 현장공개에서 "촬영하느라 다른 걸 둘러볼 정신이 없었다. 표절 얘기가 있었던 건 얼핏 알고 있는데 디테일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그 드라마를 못봐서 정확하게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드라마 설정 자체가 정후가 정보를 캐내고 안경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데 이런 상황들은 미국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게 아니다. 고유의 아이디어다. 표현 방식에 유사성이 있다면, 그 미국 드라마에만 고유하게 나왔던 장면이고 테크닉이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쨌든 '힐러'의 성패를 단정짓긴 이르다. 아직 숨겨둔 무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장센'이다. 여타 드라마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스피디한 전개와 스펙터클한 액션신이 보는 눈을 사로잡는다. 유지태는 "다른 드라마에 대해 평가하기는 오만한 것 같다. 우리만의 특색은 다이내믹한 미장센이 아닐까 생각한다. '힐러'는 어깨 힘도 풀 수 있고 시청자들이 흥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잘못하면 가볍기만 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선배님들이 같이 하시며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주인공 박민영, 지창욱의 성장 및 러브 스토리도 볼 거리다. 아직은 현실성 떨어지는 어리버리 캐릭터이지만, 갈수록 묵직한 존재감을 입증하게 될 예정이다. 박민영은 "초반 설정은 현실성 없는 게 많았다. 치열하게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설정이었다. 의욕과 마음만 앞서고 실력은 없는 캐릭터인데 앞으로 좋은 기자상의 표본인 유지태에게 트레이닝 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이 나오니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또 "원래 기자공포증이 있었다. 기자가 무서웠고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라 '어떻게 말 해야 하자' 하는 생각을 했다 항상 내가 자체 필터링을 하면서 얘기했는데 이상하게 내가 이 진짜 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상황이 편하고 좋다"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그렇게 많은 연예부 기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줄 몰랐고, 서열이 확실하더라"고 덧붙였다.
'힐러'는 매주 월요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