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의 기둥이 돼야 한다고 해줬다."
오리온스 팀내 최장신 선수는 외국인 센터 찰스 가르시아다. 한국농구연맹(KBL) 자료를 보면 가르시아는 2m3.7로 등록돼 있다. 이어 장재석이 2m3으로 두 번째로 크고, 또다른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가 1m99로 셋 중에서는 가장 작다.
그런데 21일 안양에서 열린 KGC와의 경기 후 승리의 주역인 장재석이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 키는 자기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최근 신발을 벗고 키를 재봤는데 가르시아보다 장재석이 조금 더 컸다고 한다. 그러자 외국인 선수 둘이 입을 맞춰 "네가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우리 팀 기둥이다"며 응원을 해줬다는 것이다.
장재석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이날 장재석은 2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연장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이었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됐고, 팀공헌도도 높아졌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리온스의 키플레이어로 많은 전문가들은 장재석을 꼽았다.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신장과 기동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못한 플레이와 일대일에서 약한 것이 그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개선됐다. 추일승 감독은 "재석이는 생각이 많으니까 부진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공격을 해야 한다. 인사이드나 아웃사이드일 때 거기 상황에 맞는 공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최근 조금 단순하게 가져가니까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적극성에 관한 이야기다.
장재석 본인도 "그동안에는 내가 4번이고 용병이 5번이라는 생각 때문에 골밑으로 들어가면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내가 5번이고 팀의 기둥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서 나아진 것 같다. 지난 번 모비스전부터 그런 생각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선두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장재석은 12점, 4리바운드를 올렸고, 오리온스는 79대70으로 승리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장재석과 길렌워터, 가르시아 등 오리온스 빅맨 3인방은 제공권을 장악하며 합계 43점, 20리바운드로 팀승리를 이끌었다. 오리온스는 장재석이 골밑에서 포스트업과 리바운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나머지 빅맨들이 부담을 덜고 공격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장재석은 "그동안 공격에서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감독님은 미스를 해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걸 좋아하신다. 오늘도 기회를 많이 주셔서 더 적극적으로 한 것 같다"면서 "조상현 코치님도 '단순하게 경기를 뛰어 보자'고 늘 말씀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코칭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