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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서민엔 찔끔-본사엔 펑펑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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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의 '두 얼굴' 경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씨티은행은 수년전부터 국내 영세중소기업과 서민들에 대한 대출지원은 인색하면서도 미국 본사에 대한 송금은 꼬박꼬박 챙겨와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 실적에서 씨티은행은 올해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좀처럼 경영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술금융 부문에서도 씨티은행은 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은행이 올해도 본사에 과도한 송금을 예정하고 있어 업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진회 신임 씨티은행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서민에 소홀? 2년 연속 금융 지원 실적 최저 등급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1년 7조5714억원에서 2012년 6조6792억원, 2013년 6조2638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이는 국민은행(67조4806억원), 하나은행(31조9911억원)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씨티은행은 또한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취급도 저조했다.

새희망홀씨대출은 햇살론, 미소금융과 함께 서민대출상품 중 하나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연 7~12% 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 맞춤형 은행대출상품이다. 지난 2010년 11월 출시 이후 씨티은행은 지난 6월까지 2444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는 9개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적다. 대출 상위권인 신한은행(1조639억원)과 국민은행(9815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600억원의 새희망홀씨 지원 목표를 세운 씨티은행은 상반기 361억원을 취급했다. 국민은행(1860억원), 신한은행(1639억원), 우리은행(1264억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목표대비 달성률은 60%로 나타나 국민은행(62%)의 뒤를 이었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올해 상반기 지원액 중 저신용·저소득자 비중은 52.7%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이를 반영하듯 씨티은행은 서민금융 지원 성적이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지난 17일 금감원이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에서 씨티은행은 5등급 평가에서 최저인 '저조'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명예'를 받은 셈이다.

▶매년 본사에 거액 송금…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씨티은행은 매년 고배당을 실시해 논란에 휩싸여왔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010년 1002억원, 2011년 1299억원, 2012년 798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논란이 일자 배당을 포기했다. 그러나 대신 경영자문료, 해외용역비로 당기순이익 절반에 해당하는 1390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올해도 씨티은행은 같은 명목으로 약 1300억원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10년 동안 경영자문료로 7500억원을 본사로 보냈으며, 배당까지 합하면 1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은 물론이고 외국계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배당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진회 행장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이 낮았기 때문에 배당 여력은 굉장히 높다"고 우회적으로 고배당 논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수익 감소, 대규모 희망퇴직, 점포 축소 등의 어려운 시기를 보낸 씨티은행이 경영자문료 등의 이유를 들어 또 거액을 송금하면 거센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에는 '민원 없는 은행'을 만들겠다"며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은행으로 '환골탈태' 시키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포한 박 행장의 경영 리더십도 상당히 손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