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시간이 넘게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올해 좋은 작품이 유독 많았다"는 공통된 평가 속에 심사위원들의 고뇌는 심사가 진행될수록 깊어져만 갔다. 후보자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심사표에 선뜻 체크를 못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한숨을 내쉬는 심사위원들이 속출했다.
신인감독상 부문부터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과한 욕심없이 의도한 것을 신인인데도 매끄럽게 잘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에 대해서는 "머릿 속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위트에 호감이 간다"고 평했다. 하지만 결국 심사위원들은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을 택했다. 이수진 감독은 "신인감독상이 아니라 그냥 감독상으로도 괜찮은 연출력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무려 7표의 지지로 수상자로 결정됐다.
신인여우상 부문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 '마담 뺑덕'의 이솜과 '도희야'의 김새론이 1차 투표에서 3표 동률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상황이 됐다. 과반수인 5표 이상을 얻어야 수상이 확정되는 규정에 따라 이솜과 김새론이 2차 투표를 벌였다. 결국 김새론이 6표로 앞섰고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솜은 "'마담 뺑덕'을 살린 것은 이솜이다. 키 큰 임수정 같다"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김유정도 연기력에 호평을 받았지만 트로피를 안기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또 조의석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류혜영도 너무 매력있는 배우다. 심사위원들의 애정을 꼭 전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박빙을 이뤘던 신인남우상 부문에선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다. 박유천에 대해서는 "TV에서만 연기를 해봤을 텐데 스크린에 맞는 연기를 잘했다. 귀공자 역할을 많이 했는데 '해무'에서는 막내 어부로 탑승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엔딩 때 표정이 좋았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은 임시완이 가능성과 스타성이 많은 배우로 꼽았지만 "모든 작품에서 늘 똑같은 열굴을 하고 있다"고 아쉬운 점을 전했다. 안재홍은 "배우가 할일을 잘한 배우"라고, 김우빈은 "스타성 만큼 최고다"라는 평을 받았다.
남우조연상에서도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다섯 후보 모두 "누가 받아도 이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조진웅은 독보적이었다. 조진웅은 "살만 조금 빼면 격정 멜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곽도원도 "어떻게 저렇게 악당을 맛깔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극찬을 받았고 유해진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빈틈을 혼자서 채웠다는 평을 받았다. 이경영은 존재감 만으로도 훌륭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조진웅이 5표를 얻었다.
여우조연상에서는 김영애가 "표정만으로도 엄마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줬다"며 5표를 획득해 수상자가 됐다.
'청룡의 여왕'을 뽑는 여우주연상 부문은 의외로 쉽게 결정됐다. 심은경에 대해서는 "한국 여배우군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어냈다"는, 김희애에 대해서는 "연기가 아닌 진짜 엄마를 보여줬다"는 평을 내렸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전도연은 "그동안 평가받을만큼 평가를 받았고 기대감 이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막상 투표에 들어가자 네티즌이 손을 들어준 손예진 외에 김희애와 전도연이 1표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천우희의 손을 들어줬다.
충무로의 간판 얼굴이 모두 포진한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송강호가 최민식을 누르고 수상자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일단 "이런 두 배우와 같은 시대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둘을 놓고 연기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가슴 속에 남아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민식은 절제된 연기를 잘 소화해냈고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최민식의 얼굴만 봐도 당시의 심리상태를 느끼게 했다"고 호평했다. 결국 송강호는 5표를 받아 네티즌 투표와 함께 4표를 받은 최민식을 단 1표차이로 앞서 수상자로 결정됐다.
2014년 최고의 영화와 감독을 뽑는 감독상 심사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분위기도 더 없이 엄숙했다. 심사위원들은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섯 후보 모두를 높게 평가했다. 난상토론이 이어지며 좀처럼 결론이 나질 않았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단순한 이야기를 2시간 넘게 끌고 갔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라는 평을 받았고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은 장르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냈다고 호평했다. '해적'의 이석훈 감독은 "영화적 판타지로 봤을 때 정말 잘만든 코미디를 만들었다"고 평했지만 밀어붙이는 힘이 돋보인 김한민 감독이 6표를 얻어 수상자로 됐다.
최우수작품상은 압도적인 표차이로 '변호인'이 수상작이 됐다. 심사위원들은 "최우수 작품상은 모든 부분에서 우위가 인정되는 작품이 수상자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변호인'에 대해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다"라고 치켜세웠다. 또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라도 영화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받으며 '변호인'에 7표가 모두 갔다. '명량'을 선택한 네티즌을 제외하고는 '변호인'이 8명 심사위원의 표를 독식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낳았다. 특별취재반
◇심사위원단
김형중(스포츠조선 문화사업부 부장), 노종윤(제작자/웰메이드필름 대표), 원동연(제작자/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정보석(배우), 조의석(영화감독), 조진희(교수/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조혜정(교수/중앙대 예술대학원), 홍지영(영화감독) (가나다 순), 네티즌투표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