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제 35회 청룡영화상' 시삭싱의 후보가 발표되며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라는 점 그리고 올 한해를 결산하는 영화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올해 청룡영화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시상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우주연상 부문이다. 올해도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쟁쟁한 후보 5명이 불꽃튀는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김희애, 중견 배우의 저력
김희애가 TV와 스크린을 막론하고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여배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이론이 없다. 그는 tvN '꽃보다 누나', 영화 '우아한 거짓말', JTBC드라마 '밀회'에 참여하며 올해 출연작 모두를 흥행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우아한 거짓말'에서 김희애의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흔들어놨다. 딸을 잃고 난후 자신이 일하는 마트의 푸드코너에서 국수를 먹는 장면은 아직도 영화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막강 연기력의 김희애도 영화 출연작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로 TV에서 활동했던 김희애는 1993년 '백한번째 프로포즈'이후 무려 21년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때문에 영화팬들에게 어떻게 어필됐느냐가 관건이다.
▶손예진, 연기+흥행 모두 거머쥐다
지난해 말 '공범'으로 '이것이 손예진이다'를 보여준 그는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코믹 연기까지 통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라는 사실도 알렸다. '공범'에서 손예진은 한없이 '딸바보'였던 아버지가 유괴살인범이라는 증거를 보면서 갈등하는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차기작 '행복이 가득한 집'까지 꾸준히 스크린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예진은 올해 '공범'으로 작품성을, '해적'으로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가 됐다. 그리고 '해적'으로 이미 올해 대종상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공범'을 그리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 물론 '해적'으로 860만 관객(이하 통합전산망)을 모으긴 했지만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공범'(176만6285명)으로 후보에 올랐다.
▶심은경, 스무살이야 칠순할매야?
아역 출신으로 올해 스무살이 된 심은경은 성인이 되자마자 곧장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가 주연을 맡은 '수상한 그녀'는 865만6417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심은경은 칠순 할머니가 스무살 처녀가 되는 오두리 역을 맡았다. 실제 칠순의 나이가 돼보지 않았던 심은경이 할머니의 내면을 가진 오두리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심은경은 무리없이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 연기로 심은경은 이미 올해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다.
아직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에게 비해 연기에 대한 깊이 있는 내공이 쌓이기는 부족한 스무살 나이라는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전도연, 칸의 영광 다시 한 번
전도연에 대해 이제 연기력으로 논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이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다시 한 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머나먼 이국 땅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된 후 지구 반대편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 송정연은 전도연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수준의 캐릭터였다. 특히 교도소에서 풀려난 후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전도연의 연기는 '대단하다'는 극찬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집으로 가는 길'의 흥행 성적은 옥에티다. '집으로 가는 길'은 185만 4625명을 모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천우희, 올해 영화계 가장 큰 수확
배우 천우희는 올해 한국영화계가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힌다. 특히 '한공주'에서의 호연은 영화관계자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어서 더욱 놀라움이 크다. 독립영화인 '한공주'가 22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것도, 물론 좋은 작품이라는 것도 있지만, 천우희의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극 초반 "전 잘못한게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부분부터 시작해 끝까지 한공주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에 서있는 모습을 담담히 연기해 나가며 천우희는 그동안의 배우 시절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과시했고 올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한공주'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연기력을 어필할 수 있는 무대가 살짝 부족했던 부분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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