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가 강정호(27) 포스팅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진짜일까, 아니면 포스팅을 앞둔 연막일까. 포스팅 액수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7일(한국시각) 샌디 앨더슨 단장의 발언을 인용해 메츠가 강정호 포스팅에 부정적임을 전했다. 앨더슨 단장은 이날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학생들을 위한 자선파티에 참석해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앨더슨 단장은 강정호에 대해 두 가지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우리는 강정호를 지켜보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와도 대화를 나눴다"며 강정호에 대한 관심을 인정했지만, 이내 "한국 프로야구의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환산해야 하는지, 또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로 뛸 수 있느냐 아니면 다른 포지션으로 옮길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두 가지 문제가 메츠를 고민에 빠지게 한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극단적인 타고투저 속에서 강정호가 남긴 40홈런 기록, 그리고 강정호가 과연 한국과는 다른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로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앨더슨 단장은 심지어 "현재로선 윌머 플로레스가 개막전 유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강정호 보다는 올시즌 가능성을 보인 유망주 플로레스를 밀어주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쳤다.
그는 "우리에겐 강정호와 관련해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입찰하지 않겠다는 말을 아니지만, 현재로선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매한 표현이지만, 일단 강정호 영입에서 한 발 물러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사실 강정호의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에서 포스팅을 신청하기 전부터 현지에선 뉴욕 메츠와 관련된 보도가 가장 많이 나왔다. 메츠는 허약한 유격수 포지션으로 고전했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유격수 보강이 지상과제로 보였다. 자연히 강정호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올시즌 유격수로 114경기에 나선 루벤 테하다(25)는 119경기서 타율 2할3푼7리 5홈런 34타점으로 허약한 공격력을 보였다. 메츠에서 기회를 주려 하고 있는 또다른 유망주 윌머 플로레스(23)는 51경기에 유격수로 출전했고, 78경기서 타율 2할5푼1리 6홈런 29타점으로 조금은 나은 모습을 보였다.
현지 언론은 강정호를 언급하면서도, 메츠가 새로운 유격수를 구하지 못한다면 플로레스에게 주전 자리를 줘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봤다. 이와 같은 보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는 특정구단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개 높은 관심을 가진 구단이 써낸 금액을 통해 포스팅 액수가 확 올라가기 마련. '보험용' 혹은 '찔러보기' 식의 입찰도 비일비재한 가운데 특정 구단이 치고 나가지 않는다면, 최고 응찰액은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앞서 포스팅에 도전한 김광현과 양현종이 그랬다.
강정호의 포스팅에 장밋빛 전망이 있었던 건 분명 메츠의 관심이 때문이었다. 여기에 메츠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도 반응한다면, 포스팅 액수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츠가 완전히 강정호에 대한 관심을 버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빅마켓 구단으로 자금 여력이 있고, 류현진을 영입한 LA 다저스처럼 마케팅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뉴욕 역시 LA 못지 않게 교민이 많고, 한국 시장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메츠의 고민 역시 현실적이다. 강정호를 영입한다 해도 포스팅 액수를 낮추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일찌감치 강정호 포스팅에서 메츠가 앞서갔기에 속도조절을 할 필요도 있다.
일단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종적으로 포스팅 응찰액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