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자들에게 정신차리라고 했다. 술 취한 채로 화투치는 것 같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독설을 쏟아냈다. 많은 말은 아니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주전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누구라고 이름을 꼬집지는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4쿼터 나중에 들어가서 잘 한 선수들은 칭찬했다. 고액 연봉자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좋은 화투 패를 들고도 뭘 먹을 지를 모른다. 술 취한 상태에서 화투치는 것 같다. 어떤 선수는 슈팅할 타임을 놓치고 경기 시간을 다 보냈다. 또 누구는 엉뚱한 사람하고 싸우고 있다. 선수들이 집중을 못한다. 연패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 내용이 안 좋다. 이런 부진이 그동안은 길지 않았다. 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잘 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또 부진했다. 시즌 첫 2연패.
모비스가 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남자농구 3라운드 경기에서 모비스를 70대79로 졌다.
▶모비스, 이렇게 고전할 수도 있다
모비스는 지난 13일 KGC 원정에서 67대80으로 무너졌다. 모비스 답지 않은 졸전을 펼쳤다. 턴오버(16개)를 남발했고, 슈팅의 정확도도 형편없었다. 3점슛을 14개 던져 2개 성공했다. 리바운드도 밀렸다. 유재학 감독은 "정말 근래 보기 드물게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경기 뒤 선수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유재학 감독은 평소엔 패하고도 미팅에선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모비스 선수들은 단단히 정신 무장을 하고 나왔다. '타짜' 양동근이 중심을 잡았다. 준비 기간은 하루였다.
그런데 모비스가 오리온스를 상대로도 고전했다. 전반을 23-31로 끌려간 채 마쳤다. 공격의 실타래를 매끄럽게 풀지 못했다. 2쿼터에 6득점에 그쳤다. 슈팅이 부정확했다. 3점슛을 8개 시도해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모비스 선수들은 슈팅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오리온스의 밀착 수비가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비스 선수들은 슈팅할 때 자꾸 머뭇거렸다. 또 포스트로 볼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모비스는 후반에도 나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4쿼터에 양동근 문태영 등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모비스는 전혀 모비스 답지 않게 2연패를 당했다. 다음 경기는 SK 원정(17일)이다
▶오리온스, 길렌워터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모비스가 경기를 못 푼 건 반대로 오리온스가 경기를 잘 풀었다는 것이다.
오리온스는 2쿼터 점수차를 벌렸다. 모비스 득점을 6점으로 묶었다. 모비스 해결사 문태영에게 단 1점을 내줬다. 루키 이승현이 문태영에게 손쉬운 슈팅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 또 문태영은 심판 판정에 계속 짜증을 냈다. 3쿼터에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문태영은 지난 KGC전에서도 심판 판정에 아쉬운 제스처를 자주 취했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포인트가드로 한호빈 선발 카드를 뽑아들었다. 한호빈의 빠른 발이 통할 것으로 봤다. 상대 매치업 양동근을 효과적으로 묶기 위해서 였다. 또 한호빈은 과거 모비스전에서 플레이 내용이 좋았다. 한호빈 카드는 적중했다. 10득점. 3쿼터에 전광석화 같은 속공을 두 차례 성공시키면서 점수차를 벌렸다. 무엇보다 양동근이 맘껏 플레이하는 걸 막았다. 양동근은 5득점.
오리온스 선수들의 집중력은 경기 끝까지 유지됐다. 2쿼터에 잡은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트로이 길렌워터(15득점)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토종 센터 장재석이 12득점 4리바운드로 모처럼 맹활약했다. 찰스 가르시아도 16득점. 오리온스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울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