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축구의 화두가 '공격 축구'로 설정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앞장섰다. 정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최강희 전북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김학범 성남 감독이 참석했다. ACL에 나서는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K-리그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한 조진호 대전 감독, 남기일 광주 감독도 자리했다. 박상균 서울 이랜드FC 대표도 창단팀 자격으로 함께 점심을 먹었다.
화두는 '공격'이었다. 정 회장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K-리그가 수비적이어서 관객이 재미있겠느냐'고 묻더라"면서 "좋은 수비수가 많은데 비해 공격자원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하더라"며 운을 뗐다. 이어 "수비 위주의 축구 때문에 K-리그 팬들도 줄어들고 인기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팬친화적으로 경기가 운연될 수 있도록 감독님들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뒤 "협회와 연맹에서도 제도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이 '공격'을 특별히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2014년 시즌 K-리그는 '골 가뭄'을 겪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228경기에서 507골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2.22골에 불과했다. 2010년 이후 유지해오던 경기당 평균 2.5골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 대비 경기당 평균 득점은 12.63%나 감소했다.
득점왕도 초라했다. 2014년 득점왕 산토스(수원)는 35경기에 나와 14골을 넣었다. 경기당 0.40골에 불과했다. 1993년 차상해(포항제철·23경기 10골) 이후 21년만에 나온 경기당 0.4골대 득점왕이었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흥행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관중은 7931명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7000명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몇몇 시도민구단주들의 정치적인 발언으로 K-리그는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정 회장은 K-리그 부흥의 해답으로 '공격 축구'를 선택했다.
일선 감독들도 정 회장의 뜻에 동참했다. 최강희 감독은 "회장님이 공격 축구를 얘기하기 전에 현장에 있는 우리가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시즌 초반에는 공격 축구를 외치다가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그렇게 안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공격적인 축구로 ACL에서 우승하겠다"고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올해 수비축구 흐름은 제가 주범인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은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주포 데얀과 공격의 시발점인 하대성이 중국으로 이적했다.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시즌 내내 강력한 수비를 펼쳤다. 서울은 올해 38경기에서 28골을 내주는데 그쳤다. 우승팀 전북에 이어 실점 2위를 기록했다. 반면 38경기에서 42골을 넣는데 그치며 공격에 아쉬움을 남겼다. 최용수 감독은 "내년에는 팬이 원하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클래식으로 올라온 조진호 감독 역시 공격 축구에 동의했다. 그는 "이슈를 만들려면 강팀에 승리해야 한다"면서 "예전에 전북을 잡고 싶다고 했는데 서울, 수원, 포항, 제주 등에도 승리하겠다. 강팀을 잡아야만 팬과 언론, 시민들이 좋아할 것이다.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