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프로야구팀들이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그 바람에 2015시즌에 국내무대에서 뛸 새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기록만으로는 성공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성공은 기본 실력 뿐 아니라 현지 적응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성공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국내팀들이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의 등급이 올라간 건 분명하다.
▶외인들의 스펙이 세졌다
LG 트윈스가 영입한 우완 루카스 하렐(29)은 2012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32경기에 등판, 11승(11패)을 올렸다. LG는 하렐에게 총액 90만달러(성적 보너스 제외)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90만달러는 올해 국내 구단이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중 최고액이다. KIA 타이거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 퍼펙트 피칭을 한 우완 필립 험버(32)를 영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8시즌 동안 97경기에 출전, 11승23패를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와 계약한 나이저 모건(34)은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고, 2009년에는 한 시즌 42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 10구단 kt가 야심차게 영입한 내야수 앤디 마르테(31)도 추신수의 옛 동료이며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308경기에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선발 알프레드 피가로(30)도 메이저리그 52경기에 등판했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기로 한 우완 조쉬 린드블럼(27) 역시 메이저리그 110경기에 등판한 수준급의 투수다. 롯데가 일찌감치 계약한 외야수 짐 아두치도 추신수와 친분이 있고 메이저리그 61경기에 출전했다.
이처럼 구단들은 최근 몇년간 국내무대에서 보기 힘들 것 같았던 외국인 선수들과 다수 계약을 했다.
▶올라간 몸값,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그러다보니 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KBO는 올초 그동안 유명무실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30만달러)을 풀었다. 이미 수년간 각 구단들은 그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또 불가피하게 실제 계약한 내용과 다른 몸값(계약금과 연봉)을 발표한게 문제가 됐다. 국내팀과 계약한 외국인 선수가 외국 언론에 공개한 몸값과 구단이 발표한 계약 내용이 큰 차이를 보였다.
상한선을 없애자 계약 발표 금액이 제각각이다. 1년전만해도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계약 보도자료는 천편일률적이었다. 평균적으로 첫 해 계약하는 선수들의 몸값은 60~70만달러(구단 발표 기준) 선을 형성했다. 이걸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갈래다. 첫째는 경력과 기량면에서 더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각은 최근 구단들의 발표 금액도 현실을 100%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 보다 실제 몸값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축소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시장에선 이미 계약 첫 해 외국인 선수 몸값이 100만달러를 넘겼지만 발표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요즘 구단들이 계약 내용 보도자료에서 자주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구단들의 목소리, 당장 쓸만한 토종 선수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팀들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전력 보강에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국내 FA 시장은 누가 봐다 과열됐다. 4년에 세금을 포함해서 총액 100억원에 달하는 선수들이 나올 판이다. 1년 평균으로 따지면 그 선수에게 돌아가는 돈이 20억원이 훌쩍 넘는다. 구단들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느 쪽에 투자를 해야 성적을 낼 수 있을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FA 시장에서 내야수 최 정은 SK 와이번스와 4년 86억원에, 선발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와 4년 84억원, 선발 윤성환은 삼성과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국내야구 여건상 하위권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팀을 리빌딩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토종 선수 자원 자체가 적다. 그래서 팀간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다. 시도는 하지만 카드가 서로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올해 FA 시장에 19명의 선수가 나왔지만 그중 A급이라고 꼽을 만한 '대어'는 적었다. 구단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결국 제약이 풀린 외국인 선수 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A구단 사장은 "구단들은 팀 리빌딩과 성적 이 두 마리를 항상 쫓아야 한다. 토종 유망주를 성장시키는 것과 당장 즉시 전력감이 필요해 똘똘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걸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을 풀거나 수를 늘려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KBO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논의해선 만든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는 팀당 3명(신생팀 kt는 4명)이다. 선수협은 토종 선수 생존권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