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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리그]10년 넘게 출발한 日, 강등도 프로답게 대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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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리그는 한국보다 10년 늦은 1993년에서야 창설됐다. 그러나 2부리그(J2)는 14년 빠른 1999년에 시작됐다. K-리그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는 3부리그(J3)도 올해부터 시작됐다. 강등팀 풍경은 한국, 일본이 똑같다. 강등이 결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린다. 관중석의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에게 강등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J2로 강등되는 구단 대부분이 오히려 예산을 늘린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강등 철퇴를 맞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게 이유다. 스폰서 이탈을 막는데 그치지 않고 더 큰 지원을 이끌어낸다. 더불어 강등된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규명하고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선다. 선수들은 팀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며 자진해서 몸값을 낮추고, 팬들은 J1 시절보다 더 큰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J2도 '엄연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프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출범을 앞두고 기존 구단들의 거센 반대에 막혔다. 때문에 당초 계획과 달리 1팀만 J2로 내려보내는데 그쳤다. J-리그 사무국은 이후 J2 정착을 위해 1부 승격 라이센스 취득, 경영공시 등을 통해 구단 간 경쟁 및 건전한 성장을 지원했다. 그 결과 J2는 출범 15년 만에 22팀이 경쟁하는 거대리그로 탈바꿈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올해 12팀을 기반으로 J3를 창설한 밑바탕이 됐다.

최근 들어 J2는 '기회의 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올해 J1 우승을 차지한 감바 오사카는 지난해만 해도 J2 소속이었다. 지난해 J2 우승팀 자격으로 승격해 곧바로 1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12년 J1에서 강등될 때만 해도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엔도 야스히토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단, 선수의 체질개선 노력과 팬들의 성원 속에 오히려 힘을 더 키웠다. J2에서 다진 전력은 J1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올 시즌 일본 축구 최고 인기구단으로 꼽히는 우라와 레즈와의 경쟁 끝에 정상 고지를 밟았다. 2011년 J1 우승을 차지한 가시와 레이솔도 감바 오사카와 같은 케이스다.

위기는 대처하기 나름이다. 프로답게 대처한다면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