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이제 강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기업구단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시도민구단들에게 강등이 주는 스트레스는 유독 더하다. 하지만 강등이 곧 지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부리그는 '약속의 땅'이 될 수도 있다. 2014년 K-리그 챌린지에서 보여준 대전과 강원의 행보는 '희망'의 가능성을 심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대전과 강원은 재정 안정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2013년 강등된 대전은 1년만에 환골탈태에 성공하며 압도적인 전력으로 챌린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해 강등된 강원 역시 아쉽게 승격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챌린지 3위로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두 팀은 모두 젊은 팀으로 탈바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균 연령 24세 이하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풍족한 연봉을 주지는 못했지만 기회를 받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에 출전기회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 결과 대전은 임창우 서명원 김찬희 등 재능있는 유망주 발굴에 성공했다.
주목할 것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 가운데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강등한 대전과 강원은 시로부터 예산 삭감안을 받아야 했다. 대전의 예산은 129억원에서 85억원으로, 강원은 104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선수단이었다. 시도민구단들은 지역 저명인사와 정치인으로부터 선수 입단 청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결과 선수단이 40~50명에 육박하게 됐다. 기형적 구조였다. 방만했던 선수단에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대전은 47명이었던 선수단을 33명으로 줄였다. 강원 역시 46명이었던 선수단에 17명의 선수들을 이적 혹은 방출시키며 선수단 수를 확 줄였다. 선수단이 줄어들자 예산의 큰 규모를 차지했던 연봉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대전은 42억원에서 22억원으로, 강원은 36억원에서 14억원으로 군살을 줄였다. 대전은 선수단을 어지럽히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기 위해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전은 외부전문가 1명, 전현직 선수지원팀장 3명, 스카우터 1명, 감독 1명, 총 6명으로 구성된 선수선발위원회를 통해 영입과 방출을 결정하는 철저한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큰 돈이 들어가는 외국인선수 영입에도 큰 돈을 들이지 않았다. 대전은 올시즌 챌린지 득점왕 아드리아노 영입 과정에서 다른 팀들이 흔히 하는 아파트, 차량 제공을 하지 않았다. 강원 역시 챌린지에서 검증된 알미르-알렉스 '알브라더스'를 여름 이적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맹활약을 펼치며 대전과 강원의 공격을 이끌었다. 대전과 강원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경영의 기본에 충실했다.
이 결과 대전은 우선 19억원이라는 채무를 모두 갚았다. 이미 진행된 자본 잠식 상황을 타개하진 못했지만 챌린지에서 건강한 재무구조를 완성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강원은 지난해말 기준, 80억원이 넘던 부채를 올해 9월까지 64억원으로 16억원 줄였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시도민구단의 위기라고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기본에 충실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된다. 대전과 강원의 성공사례는 시도민구단의 살 길을 잘 보여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