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단단히 각오한 것 같네요."
모비스는 역시 'kt 천적'이었다. 지난해 1월31부터 2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도 마찬가지였다. 4쿼터 2분16초경까지 kt에 62-63으로 1점 뒤졌지만, 결국에는 70대67로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12연승의 파죽지세다.
사실 모비스는 이날 경기 전 악재를 만났다. 팀 전력의 핵심 라틀리프가 이날 아침부터 장염 증세가 생기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것. 유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음 비우고 늘 하던대로 한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늘 하던대로' 할 때 가장 강하다.
에이스 문태영이 예상대로 펄펄 날았다. 무려 34점을 쏟아부었다. 특히 승부처가 된 4쿼터 막판에는 무려 8득점을 혼자 쓸어담아 역전을 일궈냈다. 유 감독은 "문태영이 지난 경기에서 부진해 자기 스스로 각오를 많이 한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날 고전의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라틀리프가 빠지고 클라크가 혼자 골밑을 막다보니 안줘도 되는 점수를 허용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4쿼터 8분19초경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듯 하던 라틀리프를 전격 출전시킨 것. 라틀리프는 이날 경기장에 유니폼조차 안가져왔다. 워낙 몸상태가 안좋아 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조금씩 몸을 풀었다. 그러더니 결국 유 감독에게 출전의사를 밝혔다. 유니폼은 경기장 내 전시관에 있는 것을 급히 떼어와 입었다. 그리고 8분19초를 뛰며 4득점 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대단한 투혼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