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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넥센의 고민, 박병호 연봉 얼마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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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화끈한' 연봉 인상, 이제 고민거리가 생겼다. 수직상승의 끝은 어디일까.

넥센은 12월 이맘때가 되면 화제의 중심에 선다. 프로야구 전 구단을 통틀어 연봉 '1호 계약'을 발표해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해당연도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전 선수 중 첫 번째 연봉 재계약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켜주는 것이다. 2012년 박병호를 시작으로, 지난해 강정호, 올해 서건창이 그랬다.

한 시즌을 마감하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골든글러브 시상식날에 맞춰 굵직한 연봉 계약 소식을 발표하는 것도 히어로즈만의 '방법'이다. 해당 선수는 10명의 골든글러브 선수들 중 가장 빛난다. 선수는 시상대에 올라 연봉 계약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자연스레 구단의 화끈한 연봉 제시와 해당 선수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그렇게 지난해 박병호, 올해 서건창이 골든글러브의 화려한 주인공이 됐다.

넥센의 올시즌 '1호 계약'은 서건창이었다. 9300만원에서 222.6%가 오른 3억원. 단숨에 억대 연봉을 넘어 고액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팀의 리드오프로 전경기에 출전해 한 시즌 최다이자 역대 최초 20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최다안타-득점 부문 3관왕에 오른 서건창. 지금껏 화끈하게 쐈던 히어로즈의 전례를 비춰봤을 때, 대폭 인상은 충분히 예견돼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이제부터 넥센의 고민이 시작된다. 매년 수직상승시켜준 주전급들의 연봉이 걱정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중인 강정호(연봉 4억2000만원)은 논외로 치더라도, 팀내 연봉 2위인 박병호(5억원)와 3위 손승락(4억3000만원)의 연봉 인상률을 두고 머리를 싸매야 한다.

팀의 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 그것도 매년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연봉이 수직상승해온 선수들이다. 2012년 6200만원을 받던 박병호는 그해 타격 3관왕으로 페넌트레이스 MVP(최우수선수)와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연봉은 2억2000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도 같은 활약이 이어지면서 5억원으로 또다시 배 이상 증가했다.

손승락은 2010년 말 35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271.4% 오르며 구단 최고 연봉 인상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1억8000만원-2억6000만원-4억3000만원으로 꾸준히 연봉이 올랐다.

박병호와 손승락 모두 올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는 서건창의 놀라운 활약에 가리기는 했지만,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11년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으며, 52홈런 124타점으로 홈런-타점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최고의 4번 타자였다.

손승락도 32세이브를 올리며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세이브 상황이 아닌 팀이 원할 때마다 등판하는 희생정신을 보였다. 두 명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연봉 인상 대상자다.

하지만 그 폭이 문제다. 이전에는 연봉이 적어 대폭 인상안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이젠 두 명 모두 손꼽히는 고액 연봉자가 됐다. 특히 박병호는 FA(자유계약선수)와 해외 유턴파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손승락도 박병호 뒤를 따르는 수준이다.

예년 만큼의 인상안을 제시하자니, FA 선수들보다 더 큰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보여준 '상징성'을 놓치기도 아쉽다. 선수의 눈높이도 올라가 있을 것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선수가 원하는 금액을 미리 제시해온 전례를 비춰보면, 협상은 의외로 순조롭게 풀릴 지도 모른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 넥센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