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은 '삼성화재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었다. 2010~201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삼성화재와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지만, 단 한 번도 극복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1, 2라운드에서 모두 패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삼성화재는 일명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7일 삼성화재전을 앞둔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그 동안 워낙 많이 지다보니 삼성화재만 만나면 선수들이 불안해 한다"며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범실이 속출해 무너졌다. 어쩔 수 없다. 한 번쯤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삼성화재의 상승세가 거침없었다. 8연승을 질주하고 있었다. V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심리적인 면에서 대한항공 선수들이 더 위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트라우마를 벗어났다. 이날 38득점을 폭발시킨 쿠바 특급 산체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대1(32-30, 25-21, 22-25, 25-22)로 꺾었다. 승부가 갈린 것은 센터였다. 김 감독은 센터 전진용이 흔들린 부분을 손등 부상에서 회복한 김형우로 메웠다. 빠른 발을 가진 김형우는 이날 블로킹 1개를 포함해 6득점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김 감독은 "형우는 보는 눈이 좋다. 따르다. 원 블로킹을 내주는 경우가 없다. 높이도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이선규-지태환이 버틴 센터진이 무기력했다. 신 감독의 쓴소리도 피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은 "센터가 빵점이다. 이선규 지태환이 처음부터 집중이 안됐다. 느렸다. 이선규가 우리 팀에 와서 잘하다가도 밋밋하게 하는 배구가 나온다. 선수는 투사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순한 양처럼 배구를 하면 안된다"고 질책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8승5패(승점 25)를 기록, OK저축은행(승점 23)을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7일)
▶남자부
대한항공(8승5패) 3-1 삼성화재(10승3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