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세'를 가린다.
주연 배우의 힘만으로 웰메이드 작품이 탄생하긴 어렵다. 그들의 뒤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조연 배우가 있을 때 작품이 더욱 빛날 수 있다. 특히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는 한 해 동안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작품 퀄리티를 높인 '명품 조연' 중에서도 '대세 배우'들이 총 출동해 진검 승부를 펼친다.
▶ 남우조연, '대세 성격파' 다 모였네
남우조연상 후보에는 '변호인' 곽도원,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유해진, '제보자' 이경영, '군도: 민란의 시대' 이성민, '끝까지 간다' 조진웅이 노미네이트 됐다.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던 곽도원은 '대세 악역'임을 입증했다. '변호인'에서 경찰 차동영 역을 맡은 그는 왜곡된 국가관을 지닌 악랄한 경찰. "이 빨갱이야, 변호사가 국가도 몰라?"라며 송우석(송강호)과 맞서는 리얼한 모습에 관객들은 미움의 박수를 쳤다.
최근 웬만한 개봉작에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추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제보자'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장환 박사 역을 맡아 인간의 음흉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의 호연 덕분에 '제보자'의 긴장감이 제대로 살아났다는 평도 이어졌다.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은 '절대 악(惡)'이다. 교통사고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형사 박창민 역을 맡은 그는 여느 악역과는 달리 과한 액션과 육두문자 없이도 섬뜩한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유해진은 미워할 수 없는 박쥐다. 그가 연기한 철봉은 본 소속은 해적단이지만 상황에 따라 해적단과 산적단을 오가며 빌붙기 하는 기회주의적 인물. 자칫 얄미울 수 있는 캐릭터지만 유해진은 "생선이 입맛에 안 맞아서 바다를 등졌다"는 등 황당하고도 코믹한 대사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며 영화 인기를 견인했다.
tvN 드라마 '미생'으로 연일 주가 상승세를 치고 있는 이성민도 막강한 후보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군도의 우두머리 격인 노사장 대호 역을 맡아 첫 사극 연기임에도 특유의 굵직한 카리스마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 여우조연, 팔색조 향연
여우조연상 후보로는 '변호인' 김영애,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라미란, '타짜: 신의 손' 이하늬, '인간중독' 조여정, '해무' 한예리가 선정됐다. 한마디로 팔색조들이 자웅을 겨루는 셈.
김영애는 '변호인'에서 순애 역을 맡았다. 주로 도도하고 냉철한 역을 맡아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인심 넉넉한 국밥집 아줌마로 변신, 아들 진우(임시완)을 향한 눈물나는 모정을 연기했다. 그 기세를 몰아 부일영화제, 대종상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tvN '막돼먹은 영애씨',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 등을 통해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로 떠오른 라미란도 출격한다. 라미란은 지난해 '소원'에서 정 많은 옆집 아줌마 역을 맡아 제3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장본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가 사는 신혼집 주인 아줌마로 등장했다. 신혼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밤낮으로 감시하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변신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폭발적인 애드리브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하늬는 '타짜: 신의 손'을 통해 재조명된 배우다. 극중 이하늬가 맡은 우사장은 허당기 있고 순진한 컨셉트의 타짜. '파스타' 등에서 주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를 연기했던 이하늬는 이번 캐릭터를 통해 그동안 꽁꽁 숨겨뒀던 귀엽고도 순진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 파격 노출을 감행, 특유의 섹시미까지 과시했다.
조여정은 '방자전', '후궁' 등 전작에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다. 하지만 '인간중독'에서는 남편의 출세를 위해 헌신하는 아내 숙진 역을 맡아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카리스마 있게 몰아치는 그의 연기에 관객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결국 영평상에서 데뷔 이후 첫 연기상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서운 신예' 한예리도 가세했다. '해무'에서 밀항을 시도한 조선족 여자 '홍매' 역을 맡아 산전수전 다 겪은 여성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쫀득하게 풀어냈다. 어린 나이에도 능수능란한 표현력으로 "'해무'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한예리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말까지 이끌어 냈을 정도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