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정경미는 MBC 라디오국의 복덩이다. 수십년간 마이크 앞을 지킨 터줏대감 DJ들이 즐비한 표준FM(주파수 95.9) 스튜디오가 1년차 막내 DJ 정경미 덕분에 경사가 났다. 한 관계자는 "표준FM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흐뭇해했다.
'두시만세'의 안방마님 정경미는 지난 9월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출산 23일 만에 '초고속'으로 방송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2일 오후 MBC 라디오국에서 만난 정경미는 "얼마 전에 최유라 선배님 아들이 군대 간다고 하던데, 표준FM DJ의 출산 소식은 아마도 거의 20년 만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복귀를 서두른 이유로는 "워낙 대타 DJ들이 강해서…. 내 자리는 내가 챙겨야겠다 싶었다. 요즘 불경기라지 않나"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정경미의 출산 소식에 청취자들도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바닷바람에 말린 부산 기장미역과 산후조리에 좋은 과일도 선물로 받았다며 정경미가 장난스럽게 자랑을 보탠다. 그는 "청취자들이 '튼튼이'(태명) 잘 크게 있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정말 감동받는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정경미 아들의 이름은 윤준. 이날로 생후 80일 됐다. 정경미는 "100일 준비 위해 파티용품 준비하러 홍대로 나가볼까 한다"면서 들뜬 모습이었다.
MBC 라디오 표준FM은 MBC 창사 53주년을 기념해 DJ들을 서로 바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바꿨데이'를 2일 하루 동안 진행했다. 정경미는 낮 12시부터 진행되는 간판 프로그램 '싱글벙글쇼'로 잠시 자리를 옮겨 김혜영 대신 강석과 호흡을 맞췄다. 방송을 마친 정경미는 "내 첫 방송보다 떨렸다"면서도 무척 즐거워했다. 그는 "30년간 진행하신 대선배님과 함께 해서 무척 편안하고 든든했다"면서 "이렇게 시간대와 파트너를 바꾸니까 늘 녹음하던 스튜디오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경미가 없는 '두시만세'는 양희은이 맡았다. 정경미는 "파트너인 박준형 선배가 썰렁한 유머를 많이 하는데 내가 후배이다 보니 말을 못했다. 오늘 양희은 선배한데 제대로 혼이 났으면 좋겠다"면서 짓궂게 웃었다. 정경미는 "그래도 내 짝은 역시 박준형 선배다. 집에 가는 길에 차에서 '두시만세'를 들어야겠다"면서 막 방송을 시작한 박준형에게 손을 흔들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스튜디오를 떠났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