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K-리그 대상은 '전북 천하'였다. 이동국이 MVP 등 3관왕에 올랐고, 최강희 전북 감독은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베스트 11에 후보 9명을 내세워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동국(공격수)을 비롯해 한교원(오른쪽 미드필더) 이승기(중앙 미드필더) 윌킨슨(중앙수비수) 권순태(골키퍼)가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러나 최다인 9명의 후보를 배출한 전북의 모든 선수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리진 못했다. 동료들의 수상을 지켜보던 전북의 베스트 11 후보 이주용(왼쪽 수비수) 이재성(공격수) 레오나르도(왼쪽 미드필더) 최철순(오른쪽 수비수) 등 4인은 빈손으로 시상식장을 나서야했다. 4명 모두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기록에서 뒤지지 않고, 전북의 '우승 프리미엄'을 감안해 수상을 기대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상까지 준비했던 이들의 대상 시상식은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만 남긴채 조용히 마무리가 됐다.
전북의 '루키' 이주용은 베스트 11 후보에 오르자마자 '쇼핑'에 나섰다. 시상식만의 '드레스 코드'인 정장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수상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신인으로 후보에 올라 시상식에 멋진 옷을 입고 참가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아뿔싸!' 그는 시상식 당일, 후회를 했다. 영하의 날씨에 벌벌 떨었다. 알고보니, 자신이 구매한 정장이 춘추복이었던 것. 정장을 처음 구매하는 탓에 계절은 미처 감안하지 못했다. 전북 관계자는 "정장이 얇아 벌벌 떨면서 시상식에 왔다. 시상식장 와서도 신인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는지 베스트 11을 발표할 때도 떨고 있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베스트 11 공격수와 영플레이어상 등 2가지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재성의 사연도 '웃프'다. 그는 팀 동료 이승기, 걸그룹 크레용팝의 쌍둥이 유닛 딸기우유와 함께 오프닝 무대를 꾸렸다. 이를 위해 일주일전부터 연습에 돌입했다. 시상식에도 일찌감치 와서 크레용팝과 세 차례나 리허설을 가졌다. 그의 노력에도, 두 차례 수상 기회는 모두 그를 외면했다. 이재성의 첫 시상식 나들이는 남에게 웃음만 선사하고 슬프게 끝이 났다. 11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최종전 하프타임에 여자친구 김효경씨에게 감동적인 프러포즈 이벤트를 준비했던 최철순은 시상식에 예비 신부를 데려왔다. 프러포즈에 이은 이벤트 2탄도 기대가 됐다. 그러나 최철순은 무대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고 시상식장에서 만난 동료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게 됐다. 최철순은 12월 6일 '유부남'이 된다. 오른쪽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레오나르도도 처음으로 시상식에 참가했다. 내심 기대가 컸다. 수상을 기대하며 브라질로 휴가를 떠나는 비행 일정도 시상식 이후로 미뤘다. 레오나르도를 축하해주기 위해 브라질 출신의 동료 카이오도 동석했다. 결국 레오나르도와 카이오는 시상식장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시상식 참가를 독려했던 전북 구단 직원들은 차마 레오나르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래도 레오나르도는 웃음을 잃지 않았단다. 전북 관계자는 "레오나르도가 '팀이 우승했느니 만족한다. 개인 타이틀은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하면서 웃었다"며 "구단 직원으로 5명의 수상자보다 4명의 탈락자가 더 신경쓰이는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