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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제외' 김기태의 선택, 지금 평가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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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신임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옳았을까, 틀렸을까.

김 감독이 논란에 휩싸였다. '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외야수 이대형(31)을 제외했는가'에 관한 논란. 결국 이대형은 제10구단 kt 위즈로 떠나게 됐다.

이대형은 올시즌을 앞두고 KIA가 FA로 영입한 선수다. LG 시절의 저조한 성적 때문에 영입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FA 첫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126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3리에 40타점 75득점 22도루를 했다. 모처럼 고향팀에 돌아와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

때문에 이런 이대형을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kt에 내준 김 감독의 선택에 KIA의 팬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김 감독의 선택에 대한 판단은 나중에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 결정을 두고 김 감독을 평가하는 건 성급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이대형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분명 2014시즌의 이대형은 팀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처럼 보였다. 붙박이 리드오프로서 '타율 3할'을 넘겼다는 게 가장 확실한 증거다. 게다가 수비의 뼈대인 '센터라인'의 정점, 중견수를 맡았다. 더불어 지역 출신에 잘생긴 외모로 관중 동원능력까지 있다.

그런데 화려함의 뒷면을 살펴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든다. 무엇보다 올 시즌에 거둔 성적이 과연 이대형의 평균적인 능력치인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과연 이대형은 진짜배기 '3할 타자'일까.

야구계에서는 적어도 3시즌 이상 꾸준히 유지된 성적을 해당 선수의 평균 능력치, 즉 '애버리지'로 여긴다. 한 두해 정도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건 진짜 실력이라 볼 수 없다. 이대형은 지난해까지 프로 11년간 단 한 시즌(2007년 3할8리)만 3할을 기록했던 선수다. 무려 11년간 유지된 평균 타율이 2할6푼1리(3124타수 816안타)였다.

물론 이대형이 데뷔 12년차부터 '3할 타자'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렇게 내년 이후에도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수준의 '애버리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수 십년간 현장에서 수 백여 명의 선수들을 보며 누적된 경험을 쌓아 온 지도자들은 이 확률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또한 올해 이대형의 성적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루 성공률은 불과 59.5%에 그쳤다. 특히 타율 변동 추세가 특이하다. 시즌 중후반까지는 2할 후반에 머물던 타율이 시즌 막판에 엄청나게 치솟아 결국 3할을 넘기게 된 패턴이다. 7월까지의 이대형은 90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348타수 97안타)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자신의 애버리지보다는 높았다.

그런데 KIA가 4강에서 완전히 멀어진 8월 이후의 이대형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이 기간에는 '타격왕' 서건창보다 더 잘쳤다. 8월 이후 36경기에서의 타율이 무려 4할6푼(113타수 52안타)이나 됐다. 월별로 보면 8월에 3할2푼6리(17경기 43타수 14안타)였고, 9월에는 6경기에서 무려 6할1푼1리(18타수 11안타)를 쳤다. 그리고 10월에 치른 13경기에서 5할1푼9리(52타수 27안타)를 했다.

타석에서의 집중력을 시즌 종료때까지 유지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그런데 4강에서 멀어진 시즌 막판에 비로소 극강의 타격솜씨를 보여준 점은 다소 아쉽다. 시기상 팀 성적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대형은 매력적인 선수다. 그러나 기록을 분석해봤을 때, 팀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선수인 지는 의문이다. 김기태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가 이대형을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선택으로 보인다. '발전 가능성'면에서 다른 유망주를 보호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 감독과 코치진의 이런 선택은 옳았을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그건 KIA를 위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신임 감독을 흔드는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내년 이후의 성적이 말해준다. 그때가서 평가해도 충분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