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당했다.
핸드볼계가 국제핸드볼연맹(IHF)의 결정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IHF는 22일(한국시각) 독일 헤르초게아우라흐에서 가진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이슬란드에게 2015년 카타르세계남자선수권 본선 출전권을 부여했다. 이번 결정은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카타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참가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해 이뤄졌다. IHF는 바레인, UAE에 각각 10만스위스프랑(약 1억1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IHF는 아시아팀이 포기한 출전권을 유럽팀에게 배분했다. 핸드볼 종주대륙인 유럽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의문투성이다. IHF는 각 대륙연맹이 본선 출전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선 불참 등 특수한 경우엔 예선 성적을 따르거나, 최상위 기관에서 출전팀을 지명한다. IHF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유럽핸드볼연맹(EHF)은 올 초에 열렸던 유럽선수권 5위 팀인 아이슬란드에게 출전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엉뚱하게도 아시아선수권 5위 한국이 아닌 6위 사우디에게 출전권을 넘겼다. 핸드볼 협회 측은 사우디가 AHF 로비를 통해 출전권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당시 중동 심판들의 편파판정에 밀려 본선 출전권을 잃었던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핸드볼협회는 다각도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IHF와 AHF에 항의공문을 보내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국제스포츠재판소(CAS) 제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나, 당장 코앞으로 닥친 대회 일정 탓에 신중한 모습이다.
IHF와 AHF는 한국 핸드볼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결정이 번복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핸드볼계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