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전 사간도스 감독(41)의 차기 울산 현대 사령탑 내정<스포츠조선 19일자 단독 보도>은 '파격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울산의 지휘봉을 잡았던 세 감독의 나이는 모두 50대였다. 김정남 전 감독은 57세부터 9년간 울산을 이끌었다. 김호곤 전 감독은 57세, 조민국 현 감독은 51세에 팀을 맡았다. 자존심이 강한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베테랑 감독들이 적임자였다. 15년만에 감독이 젊어졌다. 윤 감독은 38세에 울산을 지휘했던 차범근 전 감독과 40세부터 감독직을 수행했던 조중연 전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젊은 감독이 됐다.
젊은 감독답게 팀도 젊게 만드는 것이 윤 감독의 첫 번째 임무가 될 듯하다. 울산은 그 동안 '유망주의 무덤'으로 불리곤 했다. 리그 우승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젊은 피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이미 기량이 검증된 외부 선수 영입이 많았다. 이렇다보니 정작 클럽 유망주들은 1군 진입에 실패, 임대 또는 이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단 평균 연령도 높았다. 올시즌에도 주전과 벤치 멤버로 뛴 21명의 평균 나이는 27.8세였다. 클럽 유소년 활용과 젊은 선수 양성은 울산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실에도 부딪혔다. 올해 모기업 현대중공업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내년 축구단 예산도 삭감이 불보듯 뻔하다. 인건비 절감이 절실하다. 연봉이 적은 젊은 피를 적극 중용하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선 윤 감독이 최적화됐다. 사간도스에서 신구조화를 잘 이뤄냈다. 미드필드에는 기동성이 좋은 24세의 동갑내기 김민우와 오카모토 도모타카를 중용했고, 강한 집중력으로 골이 필요한 최전방 공격진에는 도요다 요헤이(29)와 이케다 게이(28) 등 경험이 많은 20대 후반 공격수들로 주전 자원을 꾸렸다.
윤 감독은 이번 시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조직력도 탄탄하게 정비할 전망이다. 윤 감독은 현역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명성을 날렸다. '패스 마스터'였다. 그러나 지도자가 된 뒤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렸다. 사간도스에서 조직력 축구를 구사했다. 짧은 패스와 기술적인 면에 무게를 두는 일반적인 J-리그 팀들의 색깔과 달리 강한 체력과 힘 있는 축구로 일본 무대에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사간도스 선수들의 기량을 현실에 잘 반영시켰다. 특히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강조했던 윤 감독이다. 강한 압박과 한 박자 빠른 수비로 상대 패스를 차단하는 수비 전술을 구사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냈다. 윤 감독은 사간도스 전력강화부와 배치되는 축구를 펼쳤지만, K-리그 무대에선 잘 맞는 축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수단에 짙게 깔린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것도 주요 임무다. 윤 감독은 사간도스를 이끌 당시 '승리의 DNA'를 선수들에게 이식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확실한 동기부여를 강조, 선수들의 투쟁심을 깨웠다. 또 희생과 겸손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윤 감독이 울산에 또 다른 문화를 만들 시간이 다가왔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