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프로축구에선 '공공의 적'이 한 팀 있다.
한반도와 가까워 우리에게도 친숙한 러시아의 극동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고로 하는 '에네르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주인공이다.
러시아 프로 팀들은 대부분 '유럽'인 우랄산맥 서쪽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1, 2부를 막론하고 블라디보스토크와 한 리그에 묶이면 그야말로 치를 떨게 된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19일(한국시각) '세계에서 가장 힘든 원정'이라는 제하에 올 시즌 러시아 2부리그에서 펼쳐지고 있는 발티카 칼리닌그라드와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원정 경기를 소개했다. 러시아 본토에서 떨어진 월경지역인 칼리닌그라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는 직선 항공거리 1만5000㎞에 달한다. 육로 이동은 2만㎞로, 지구 반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시차만 8시간에 달한다. 칼리닌그라드는 지난 9월 14일 가진 블라디보스토크와의 홈 경기서 1대2로 패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이 승점 3을 위해 8시간의 시차 적응 및 A매치 원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장거리 항공 이동을 했다. 내년 4월에는 칼리닌그라드가 똑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만 극동 소속 팀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먼 연고지는 사할린섬을 연고로 하는 FC사할린이다. 그러나 사할린은 원정팀의 불만(?)를 해결하고자 모스크바 근교인 힘키에서 홈 경기를 개최 중이다.
한편, 국내 프로축구에서 가장 긴 육로 원정은 강릉-광양 구간이다. 강원이 클래식 소속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남과 맞대결을 펼치기 위해선 왕복 966.5㎞, 11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올 시즌 챌린지(2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에 오른 강원이 다음 시즌 클래식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K-리그판 지옥의 원정'이 2년 만에 다시 실현되는 셈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