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무려 18년이 걸렸다. 비록 현역 시절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코치 직함을 달고 도달했지만 첫 우승의 기쁨은 오랜 기다림을 잊게 만들만큼 달콤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최은성 전북 골키퍼 코치(43)가 프로 첫 리그 우승의 감격을 전했다. 최 코치는 "현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게 그동안 꿈꿔왔던 일이다. 현장에 있어보니 좋긴 좋더라. '이런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 우승을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웃었다. 환희로 가득찼던 우승 세리머니 현장의 감동은 이틀이 지난 17일에도 여전했다. 우승 얘기만 나오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우승 트로피 들어보는 세리머니를 처음 해봤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기쁘기만 했다."
리그 첫 우승까지 긴 여정이었다. 1997년 대전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 7월 전북에서 정들었던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43세에 마무리한 18년간의 프로 생활이었다. 프로 통산 532경기 출전의 기록을 남긴채 그는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장갑을 벗는 순간 단 한가지의 아쉬움만 남았다. 18년간 들어보지 못한 리그 우승컵이었다.
현역에서 물러나자 첫 우승 트로피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전북 구단 직원들의 배려까지 더해져 감동은 두 배가 됐다. 최 코치는 "나는 우승 세리머니에서 선수로 시상식에 참가했다"고 했다. 시상대에 오르기 전 구단에서 최은성의 등번호 '23'이 적힌 골키퍼 유니폼을 건넸다. '선수 최은성'으로 우승을 만끽하라는 구단의 배려였다. 최은성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박충균 코치, 파비오 코치와 달리 전북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의미도 남달랐다. 최 코치는 "선수로 마지막 해이고 지도자로 첫 출발하는 해에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모두 우승했다는 생각을 하니 현역 시절 우승 못한 아쉬움이 지워졌다. 구단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해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고 했다.
우승 타이틀로 기분좋게 시작된 제2의 축구인생, 그는 전북과의 오랜 동행을 꿈꾸고 있다. "감독님께서 우승을 한 뒤 인터뷰에서 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셨는데 미안해하실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감독님의 배려에 내가 감사하다"면서 "전북은 은퇴식도 열어주고 우승 시상식에서도 나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구단이 원한다면 지도자로 남아 전북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