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서울과 성남의 마지막 우승컵 전쟁, 1등만 기억된다

by

올시즌 마지막 우승컵의 주인이 결정된다.

FC서울과 성남FC가 23일 오후 2시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다. 서울은 인천→포항→부산→상주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유일하게 클래식 팀들과 대결했다. 인천, 부산과는 연장, 포항과는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벌였다. 성남은 대구FC→광주FC(이상 챌린지·2부 리그)→영남대를 제압한 후 4강전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FA컵 최대 매력은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이다. 1장은 우승팀에 돌아간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미 FA컵 결승전에서 올시즌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데얀과 하대성이 떠난 서울은 올시즌 초반 정규리그 11위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종착역에서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2라운드를 남겨놓고 있는 정규리그는 4위(승점 54)에 포진해 있다. 3위 포항(승점 57)과의 승점 차는 3점이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ACL에선 K-리그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FA컵에서는 16년 만의 결승행에 성공했다. 단 한 고개만 남았다. FA컵 우승컵에 입맞춤하면 화려한 마침표다.

서울은 16일 울산에 2-0으로 리드하다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 감독은 "긴장 모드다. FA컵 우승컵을 갖기 위해서 느슨함은 최대의 적이다. FA컵 결승전은 우리의 모든 자존심을 건 총력전이 될 것이다.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은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이미 4강에 올라있었다. 전북을 넘으며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성남은 강등 전쟁의 중심에도 서 있다. 승점 34점으로 11위다. 이대로면 챌린지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10위 경남(승점 36)과의 승점 차는 2점이다. 12위 상주(승점 31)와는 3점 차다. 최하위는 챌린지로 직행한다. 김 감독은 "FA컵 보다는 강등 전쟁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르다. 김 감독은 2일 서울-전북, 9일 수원-서울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서울을 깰 비책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성남도 마지막 3연전이 클라이맥스다. 서울과의 FA컵 결승전에 이어 26일 인천, 29일 부산과 강등 전쟁을 벌인다. 김 감독은 "선수들 체력이 많이 좋아졌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FA컵 결승전을 치르기전까지 체력을 잘 비축한 뒤 남은 3경기에서 총력을 펼치겠다"고 했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사제의 정을 나눴다. 김 감독이 코치, 최 감독은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18년이 흘러 벤치에서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단판 승부는 변수와의 싸움이다. FA컵은 순위도 없다. 어느 팀이 더 절박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FA컵 결승전, 2등은 잊혀진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