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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악재 속 준우승' 원동력은 수원병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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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을 확정했다. 16일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64를 기록한 수원은 3위 포항(승점 57)과의 승점차를 7점으로 벌렸다.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2위를 확정했다. 이것으로 수원은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직행 티켓을 따냈다. 2013년 이 대회 16강 진출 실패 이후 2년만의 아시아무대 복귀다.

수원으로서는 암흑기 탈출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2008년 정규리그 우승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다. 2009년 10위, 2010년 7위에 머물렀다. 2011년 2012년에는 4위까지 올라왔다. 2013년에는 5위를 머물렀다. 그 사이 감독을 두 차례나 바꾸었다. 단기 처방일 뿐이었다. 올 시즌은 더욱 어두웠다. 호재보다는 악재 투성이었다. 시즌 시작 전 곽희주 이종민 이용래 조용태 박현범 백지훈 등이 팀을 떠났다. 이들을 대신할 선수들이 그리 좋지 않았다. 김은선과 조성진을 데려왔다. 다들 무명이었다. 외국인선수도 좋지 않았다. 중국리그에서 고전하던 산토스를 싸게 영입했다. 로저와 헤이네르 역시 대어가 아니었다. 시즌 내내 선수 부상에도 시달렸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서정원 감독이 행한 '수원병 치유' 덕분이었다. 수원은 1996년 창단 이래로 스타 선수들만 영입했다. 대부분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 모든 K-리그 선수들의 꿈은 수원에 입단하는 것이었다. 선수들 대부분 스타의식에 사로잡혔다. 팀을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자신의 기록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수원병이었다. 팀 와해를 피할 수 없었다.

서 감독은 '경쟁'이라는 백신을 꺼내들었다.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았다. 스타 선수라도 몸상태가 안 좋으면 과감하게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대신 준비된 선수들을 중용했다. 무명이었던 조성진이 중앙 수비수로 딱 1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경쟁 체제' 덕분이었다. 여기에 유스팀 출신 선수들도 중용했다. 권창훈과 민상기가 꾸준히 경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화와 이해 그리고 신뢰라는 약도 투여했다. 서 감독은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집중했다. 선수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미팅 시간도 코칭스태프들의 일방적인 지시 사항 전달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양방향 통행이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효과가 나왔다. 서로 활발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수원식 패싱 축구인 '블루타카' 역시 이같은 과정에서 나왔다.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무조건 짧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롱볼을 혼합함으로 더욱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수원병을 치료한 수원의 다음 목표는 K-리그와 아시아 정상이다. 서 감독은 "내년에 ACL에 나간다. 2013년에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더 세밀하게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