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승으로 승승장구하는 유재학 감독. 그의 인터뷰는 팀의 부족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직 팀이 완전치 않다", "함지훈이 한 게 없다.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송창용은 막농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와 같은 직설적 화법이다.
때문에 그의 '불만족론'이 '엄살'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타 팀이나 팬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세간의 평가를 유 감독이 모르고 이런 발언들을 할까. 당연히 그도 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그랬다. 이종현에 대해 "게으른 아이", 최준용에 대해 "전혀 발전한 부분이 없다"고 했다. 최진수에 대해서는 "수비의 기본스텝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을 리플레이로 보면, 실전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나온다.
그런데 왜 그런 말들을 할까. 그는 자신의 농구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 아집이나 고집의 의미가 아니다.
모비스는 '샌안토니오'와 같은 시스템 농구를 추구한다. 그들의 농구를 보면 개인능력과 팀 능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모습들이 나온다. 지난 시즌 마이애미와의 챔프전에서 압도적인 '예술농구'를 보여주며 우승했다.
모비스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공격은 문태영의 1대1 개인기가 빛을 발한다. 하지만 팀의 공수, 내외곽 밸런스를 깨진 않는다. 상대에 따라 라틀리프와 양동근, 함지훈을 이용한다. 박구영 송창용을 활용하기도 한다. 모든 선수들이 세부적인 약점들은 다 가지고 있다. 그런 약점을 해결하고, 팀에 어우러졌을 때 좀 더 수준높은 농구가 탄생한다.
대표팀에서도 그랬다. 박찬희에게 "소속팀에 가면 슛 폼을 고쳐서 야투율을 높여라. 그래야 너의 활용가치가 더욱 올라간다"고 했고, 김종규에게는 외곽 수비와 중거리슛을 장착시켰다.
김종규와 이종현 등은 차세대 한국농구를 이끌 센터다. 하지만 골밑에서 자리잡는 기본적인 포스트 업 능력부터, 파워, 테크닉 등이 모두 떨어진다. 이런 부분을 채워나갈 때 개인의 기량이 완성되고 팀에서도 전술적 가치가 올라간다. 유 감독의 머리 속에는 이런 절대적인 기준들이 있다. 때문에 승패에 상관없이 나쁜 경기력을 보였을 때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얘기한다.
10월24일 삼성전에서 모비스는 졸전 끝에 2점 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차라리 지면서도 좋은 경기를 해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을 느끼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마인드는 야구 김성근 감독과 묘한 공통점을 이룬다. 그의 핵심적 야구관은 '지지 않는 야구'다. 이기는 야구는 상대적이다. 상대가 자신보다 약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지지 않는 야구'는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메워 상대에 관계없이 질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즉,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인 야구다.
때문에 비 시즌 동안 김 감독은 지옥훈련을 한다.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없애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부분은 수비다. 그는 펜스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야 상대에게 1개의 루를 덜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야수들에게 펜스플레이를 능숙해질 때까지 시킨다. 최근 한화 선수들은 펑고를 가장 많이 받는다. 기본적으로 잘 받고 잘 던져야 수비의 기본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 뒤 수비 포메이션을 형성시키고 세부적인 연결 플레이를 만든다.
모비스 역시 수비가 기본이다. 전준범 송창용 등이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수비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결국 팀 공헌도가 늘어나면서 공격비중도 높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어떤 선수가 나와도 모비스의 수비는 탄탄할 수밖에 없다. 모비스가 어떤 팀과 상대해도 질 확률을 떨어뜨는 이유. 올 시즌 악재 속에서도 11연승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는 17일 전주 KCC와의 경기 전 "항상 수비할 때 지적하는 부분이 상대를 따라갈 때 스텝으로 따라가면서 손을 꼿꼿이 들라고 한다"고 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할까.
실린더 반칙을 범할 가능성을 낮춘다. 상대 입장에서는 골밑 돌파 시 오픈 찬스가 나오지 않는다. 레이업 슛의 확률을 떨어뜨린다. 보이진 않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유 감독은 "이런 수비 습관이 팀에 녹아들 경우 실전에서 5~6점 정도의 플러스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전준범이나 송창용, 김종근 등은 순간적으로 까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경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세밀한 부분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물론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 김 감독은 지옥훈련을 선호하지만, 유 감독은 훈련의 효율성을 중시한다. 실제 훈련강도는 높지만, 훈련시간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 만난 적도 없다. 유 감독은 "단 한 차례도 만나뵌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분 지도력에 대한 얘기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 유 감독이 생각하는 농구는 김성근 감독의 '지지 않는 야구'와 맞닿아 있다. 핵심적 가치는 같다. 유 감독이 연승 중에서도 '불만족 인터뷰'를 하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