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부산-전남전(1대1 무)은 승패를 떠나, 득점왕 후보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득점선두 이동국(전북·13골)이 부상으로 시즌을 마친 가운데, 산토스(수원·13골)의 뒤를 임상협(부산·11골) 파그너(부산·10골) 스테보 이종호(이상 전남·10골)가 치열하게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임상협과 스테보가 선발 출전했다. 후반 이종호와 파그너가 투입되며 K-리그 클래식 득점왕 후보 4명이 한꺼번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진 치열한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골 대결의 승자는 '전남 불패의 아이콘', 스테보였다. 스테보가 11호골을 쏘아올렸다. 16일 제주-수원전(0대1, 제주 패)에서 수원의 산토스가 2경기째 침묵하면서 선두권과 2골차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부산에 맞서는 '전남 투사' 스테보의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잔류가 이미 확정된 전남의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동료들을 독려했다. '프로의 정신'을 불어넣었다. 골을 향한 강력한 의지와 집중력을 드러냈다. 전반 역습상황,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거침없이 치고 들어갔다. 나란히 달리던 전현철이 손을 들어올렸으나 직접 슈팅을 날리며 골 욕심을 드러냈다. 후반 23분 부산 미드필더 김용태의 선제골 이 터지고 불과 3분 후인 후반 26분 스테보의 동점골이 나왔다. 홍진기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볼을 찍어올리듯 골문을 열어젖혔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올시즌 부산을 상대로 3전승했던 전남의 불패신화는 이어졌다. 주중 사퇴를 선언한 하석주 감독과 선수단에게 값진 승점 1점을 선물했다. 전남은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승점 47점을 찍으며 8위 부산(승점 40)에 7점 앞섰다. 올시즌 리그 7위, 그룹B 1위를 확정했다.
올시즌 스테보가 기록한 33경기 11골-4도움은 K-리그 첫해인 2007년 전북에서 15골-5도움을 기록한 이후 개인 최고 성적이다. 스테보는 전남의 '강팀 킬러'다. '빅클럽' 수원에서 뼈가 굵은 만큼 강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불패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골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11골 중 7골이 강팀의 골문을 정조준했다. 서울(2골), 울산(2골), 전북(1골), 수원(1골), 제주(1골) 등 강팀에 강했다. 전남은 스테보가 골을 터뜨린 11경기에서 6승3무2패를 기록했다.
스테보는 득점왕 경쟁에 대한 질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득점왕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은 전혀 없다. 골을 넣으면 행복하고, 나는 매경기 100% 내가 가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 팀이 이기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 감독은 스테보의 득점왕 가능성에 대해 "남은 2경기에서 2골 이상을 더 넣어야 한다. 몰아쳐야 하는데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상주, 인천전 등 남은 2경기에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페널티킥 기회가 생긴다면 우선순위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물러서지 않는 투사' 스테보의 프로정신을 칭찬했다. "스테보는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 몸 사리는 법이 없다. 어린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