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 아니라 싸우는 것.'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외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나 일본에 가는 걸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프로야구는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선수를 데려가는 팀은 장래성이 아니라 지금 실력이 그 리그에서 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카우트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가서 플레이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톱클래스 선수들은 충분히 해외에서 통한다고 한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이대호가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승환이 한신에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의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을 보면 한국 야구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우러가는 것'이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기러 간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승환은 지난해 한신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올시즌 39세이브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에 올랐다. 자신의 말을 입증한 것이다. 오승환은 "일본과 한국에서 던진 직구가 다르지 않았다. 여러 감독님과 선배들이 하던대로 하면 통한다고 자신감을 주셨고, 나도 한국에서와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공을 던졌는데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면서 "자신감을 없었다면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시즌에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오승환은 "39세이브를 거뒀는데, 좋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4패가 있고 6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었다. 아쉬운 점이 많다. 내년에는 최소한의 블론세이브가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이어 "0점대 평균자책점도 하고 싶고, 2년 연속 세이브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승환을 목표 달성을 위해 떨어지는 공의 비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오승환을 향해 일본 언론은 꾸준히 떨어지는 공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는 한신 코칭스태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은 "캠프에 맞춰서 당장 연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올해도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이 속는 것을 보고 자신감도 얻었다. 내년엔 보다 많이 연습해서 떨어지는 공의 빈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떨어지는 공의 구종에 대해선 "제 손가락 크기에 최적화된 투심계열인데, 포크볼 계통으로 보면 될 듯하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 선 일화도 공개했다. 오승환은 지난 9월 21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서 9회말 2사후 타석에 나와 내야안타를 만들어낸 바 있다. 3-3 동점이던 9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막은 뒤 10회초에도 등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석에 들어선 것. 투수도 타격을 하는 센트럴리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오승환은 "타석에서 들어가 보니 투수가 정말 눈앞에 있었다. 마운드에선 타석이 멀어보였는데 그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고 했다. 내야안타에 대해선 아쉬움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운 좋게 안타가 됐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잘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다음 타석 땐 좋은 타구를 날려보겠다"고 했다.
친정팀인 삼성의 우승 장면을 지켜본 그는 "그때만큼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 우승했을 때 기분을 알기에 이기적이라 생각하시겠지만 그땐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며 삼성의 우승을 축하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그는 "내년까지 한신과 계약이 돼 있다. 도전의 끝은 거기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며 여전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큰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엔 더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가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