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공격과 삼성 라이온즈의 방패싸움이었다.
넥센은 200안타를 돌파한 리드오프 서건창을 비롯, 홈런왕 박병호, 강정호 등 MVP급 선수 세 명에 이택근 유한준 김민성까지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반면 넥센은 한국시리즈 투수 엔트리를 10명만 등록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삼성은 12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등록했다. 투수력이 떨어지는 히어로즈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끝장을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길게 끌고 간다면 선발진이 두텁고, 필승계투조가 좋은 삼성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정규리그 팀타율 1위(3할2리). 넥센은 2할9푼8리로 2위. 그러나 장타력(넥센 5할 9리, 홈런 199개, 삼성 4할7푼3리, 홈런 161개)에서 넥센이 앞서 있었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큰 것 한 방에 따라 경기흐름이 요동칠 확률이 높다는 점, 빠른 공을 던지는 특급투수의 대처능력에서 배트 스피드가 빠른 넥센이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게다가 오랜 휴식기를 가진 삼성 타선의 더딘 실전 적응력도 계산에 넣었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길 넥센은 바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이 가장 강력한 한국시리즈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런 미묘한 흐름에 대해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투수력은 너무나 노련하고 강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끄떡하지 않는 철옹성같았다.
이유가 있다. 1차전에서 삼성은 정면대결에서 졌다. 2-2 동점 상황에서 8회 강정호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4대2로 패했다. 페넌트레이스 타율 1위를 기록한 삼성의 1차전 팀타율은 1할2푼9리(31타수 4안타). 넥센의 계산대로 흐른 1차전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운드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2차전 삼성 선발 윤성환은 절묘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압도했다. 넥선의 상승세를 완벽하게 끊어버린 압도적인 투구였다. 2차전 삼성 팀타율은 2할1푼5리(34타수 10안타). 하지만 홈런 2방을 앞세워 7득점. 강한 마운드가 타선에 시너지 효과를 줬다.
삼성이 승리한 3, 5차전을 보자. 넥센에게 각각 단 1점만을 허용했다. 선발과 필승계투조, 그리고 마무리의 분담이 완벽했다. 모두 넥센이 선취점을 얻은 상황에서 막판에 뒤집었다.
한국시리즈 4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이 넥센에 가장 앞서는 점에서는 클러치 상황에서 위기대처능력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말한 "경험의 차이"다. 결국 엄청난 부담을 느낀 넥센 강정호는 3차전 타구 판단미스로 동점을 허용했다. 5차전에는 9회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실책했다. 시즌 실책이 9개 밖에 되지 않는 강정호에게 얼마나 많은 심리적 부담감이 갔는 지 알 수 있는 대목.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시리즈 승부의 분수령이 된 3, 5차전에서 넥센이 무너진 표면적 이유는 승부처에서 발생한 실책이다. 넥센 입장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추가점이 꼭 필요했다. 넥센의 실책을 유발한 심리적 부담을 극대화한 요인. 삼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1점 차 승부를 지속시킨 요소. 추가점(2점째)을 끝내 허용하지 않은 삼성 마운드의 저력이었다.
3차전 2할1푼2리(34타수 7안타), 4차전 1할9푼2리(31타수 4안타), 5차전 1할9푼5리(34타수 7안타)의 저조한 팀 타율을 기록한 삼성. 게다가 선취점을 허용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인 두 차례의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한국시리즈 3연패를 제패한 삼성 마운드의 힘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결국 삼성은 막강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난적 넥센을 6경기 만에 제압하고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트렌드를 한국시리즈에서 온 몸으로 거부한 삼성 마운드의 반란. 진정한 삼성의 힘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