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강)정호가 편했을 겁니다."
시리즈 전적 2-2 동률. 정말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5차전. 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의 9회말 역전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마무리 투수. 충격이 제법 컸을 것이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자신이 아닌 후배 강정호를 챙겼다.
넥센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 역전패했다. 두고두고 아쉬울 경기. 손승락은 8회 무사 만루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넘기고, 9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해 땅을 쳐야 했다. 하지만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6차전을 앞두고 전날 아픔을 훌훌 털어버렸다는 듯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강정호의 1사 후 실책이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나바로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놓쳤다. 2사가 됐으면,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분위기 반전이 힘들었을 것이다. 손승락은 5차전 종료 후 강정호가 제일 걱정됐다고 했다. 손승락은 "숙소에 도착해 밥을 먹는데 정호의 모습이 안보이더라. 그래서 방으로 찾아갔다. 혼자 있더라. 정호가 미안하다고 하더라. 정호 눈을 보니 내가 눈물을 쏟을 것 같아 혼이 났다"라고 말하며 "정호가 하품을 했는지,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더라. 형으로서 더 미안했다. 내가 막았으면 아무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6차전을 앞두고 언제까지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손승락은 "상대 최형우가 잘 친 것이다. 나는 포수 박동원을 믿고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후회는 없다"라고 시원하게 말했다. 이어 "상대가 우리 패턴을 알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던져왔어도 상대 타자들이 못쳤었다. 평소와 달랐다면 최형우를 상대할 때는 정규시즌과 달리 과감한 몸쪽 승부를 했다. 그동안 타자들과 제대로 승부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 내 스타일대로 공을 던지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손승라은 6차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많은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내가 필요하다고만 하면 경기 초반부터 대기할 것이다. 그런데 선발 오재영이 잘 던져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손승락은 비록 9회 끝내기 역전타를 맞았지만 8회 무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8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후 평소 볼 수 없던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관중석을 향해 호응을 유도하는 팔동작을 크게 했다. 손승락은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더욱 힘이 나실 수 있도록 나도 모르게 그런 동작을 취한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