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K-리그 우승의 꿈은 좌절된 지 오래다. 기적을 바랐던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도 무산됐다. 1일 수원과의 스플릿 A 첫 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면서 목표가 완전히 사라졌다. 올시즌 유일한 위안은 스플릿 A에 잔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승권에 자리하던 울산으로서는 굴욕적인 시즌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9일 포항 원정을 떠난다. 무대는 클래식 35라운드다. 울산은 지향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해 남은 스플릿 경기를 치러야 할까.
첫째,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조건은 나쁘지 않다. 일단 강등 걱정은 없다. 남은 4경기를 다 진다고 하더라도 6위로 마감할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스플릿 A에 턱걸이한 것을 위안으로 삼을 때다. 대신 초점을 내년시즌으로 맞춰야 한다. 좋은 경기 내용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올시즌 울산은 스스로 경기를 망친 적이 많았다. 조민국 울산 감독이 그리던 조직력 축구가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이뤄진 적이 많지 않았다. 공격수들의 부진은 그나마 탄탄하던 수비 조직력도 무너뜨렸다. 골결정력 부재 등 그 동안 드러난 단점들을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올시즌과 같은 조직력이라면 내년시즌도 상위권 진입은 장담할 수 없다.
둘째, 선수단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이번 시즌 울산의 팀 리빌딩은 모험에 가까웠다.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교체됐고, 국내 선수들도 8명이나 영입했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클래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선수들이 눈에 띄였다. 또 이름 값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선수들도 많았다. 많은 변화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마지막으로 홈 팬들을 생각해야 한다. 울산은 22일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다. 울산 팬들은 지난 3년간 시원한 축구를 즐겼다. 특히 지난해 경기장만 찾으면 팀이 이겼다. 홈 승률은 무려 81.6%(14승3무2패)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홈 승률(58.8%)이 뚝 떨어졌다. 마지막 홈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내년 팬 확보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유종의 미'가 필요한 이유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