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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불 붙은 넥센 방망이,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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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 2차전 패배 이후 "우리는 '타격의 팀'"이라고 말했다. 야구에서 믿을 게 못 된다는 방망이지만, 넥센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화끈하게 장타가 터져야 비로소 넥센 다운 야구를 펼치게 된다.

넥센은 빅볼과 스몰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팀이다. 특히 독보적인 팀 홈런 1위(199개)로 완벽한 '거포 군단'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기도 하지만, 타선 자체가 워낙 강력하다. 4번타자 박병호(52홈런)와 5번타자 강정호(40홈런)이 친 홈런 개수를 합쳤을 때, 팀 홈런 최하위였던 LG 트윈스의 팀 홈런(90개) 보다 많았을 정도다.

플레이오프 때도 넥센의 방망이는 빛났다. 오히려 안방인 목동보다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에서 빛을 발했다. 목동에서 열린 1,2차전에서 각각 1홈런을 기록한 넥센은 잠실로 옮겨 치른 3,4차전에서 홈런을 2개씩 때려냈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1차전 대타 윤석민의 스리런포, 3차전 강정호의 선제 솔로홈런, 4차전 김민성의 결정적인 3점홈런과 강정호의 쐐기 투런포까지, 모두 팀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넥센에겐 이번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적기다. 지난 3년간 통합챔피언으로 군림한 삼성 라이온즈에 도전할 만한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 또한 넥센의 한국시리즈 우위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예상이 나오는 밑바탕엔 넥센의 화끈한 타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은 정규시즌 종료 후 보름 이상 휴식을 취했다. 자체 청백전과 KT와의 연습경기 등을 치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실전감각이다. 만약 타자들의 타격감이 늦게 올라오기라도 한다면, 시리즈 초반 넥센에 분위기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

넥센으로선 삼성 타선이 감을 찾기 전에 초전박살을 내야 한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타격감을 충분히 끌어올렸기에 초반부터 화끈하게 몰아쳐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은 넥센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1,2차전이 열리는 대구구장은 중앙 120m, 좌우 99m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홈런이 적게 나오는 구장은 아니다. 3,4차전이 열리는 목동구장은 중앙 118m, 좌우 98m로 작은데다 구장 특성상 홈런이 많이 나온다. 넥센의 방망이는 특히 안방에서 강점을 보인다.

5~7차전이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에서 열리지만, 넥센은 이미 플레이오프 때 '잠실 예행연습'을 마쳤다. 잠실에서 홈런포가 펑펑 터지면서, 넥센의 장타력에 구장 규모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삼성도 팀 홈런 2위(161개)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갖췄다. 이승엽(32개) 최형우(31개) 나바로(31개)까지 30홈런 이상 타자가 세 명이나 된다. 넥센과 삼성 모두 20홈런 타자가 네 명이나 된다.

하지만 삼성 방망이는 예열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넥센 방망이는 이미 불이 붙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첫 우승에 도전하는 넥센에겐 시리즈 초반 화끈한 장타력이 필요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