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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희섭, "지난 1년을 깊이 반성한다. 꼭 명예회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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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을 뼛속깊이 반성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KIA 타이거즈의 '빅초이'가 새출발을 다짐했다. 앞서 무수히 많은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던 그다. 스스로도 "동료 선후배와 코칭스태프, 구단, 특히 팬들에게 죄송하기만 하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최희섭을 2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김기태 신임감독, 조계현 수석코치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 마련된 팀의 마무리캠프로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알려진대로 이번 마무리캠프는 최희섭이 구단과 김 감독에게 자발적으로 부탁해서 이뤄지게 됐다. '은퇴'를 준비하던 그는 김 감독이 새롭게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자 '마지막 기회'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모든 걸 내려놓고 머리숙여 도움을 요청했다. 구단과 김 감독은 최희섭의 마지막 부탁을 저버리지 않았다.

최희섭은 "지난 1년간은 내 야구인생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내려놓은 시기였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어느 정도 (은퇴에 대한) 결정도 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새로 오시고 나서 다시 고민했다. 운동을 정말 다시 한번 해보고 싶었다"면서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원한 배경을 밝혔다.

다행히 김 감독의 허락이 떨어졌다. 최희섭은 "다시 없을 기회가 생겼다. 그간 산도 많이 타고, 러닝 등 개인 훈련도 하면서 체력적으로는 잘 만들어놨다고 생각한다. 다만 배트를 놓은 지가 4~5개월 정도 된다. 캠프에서는 기술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겠다.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희섭의 몸은 최고의 성적을 남겼던 2009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15㎏ 정도를 감량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타격감이다. 배트 스피드도 이전보다는 떨어졌을 것이다. 배트는 안잡았지만, 이런 부분은 계속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구했다. 해답은 '변화'인 것 같다. (이)승엽이 형도 계속 변화를 추구하지 않나. 나도 '변해야 산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KIA에는 타격이론 전문가이자 이승엽을 키워낸 박흥식 타격코치가 다시 돌아왔다. 최희섭과는 2007~2008시즌을 함께 보냈다. 최희섭은 "2008년에 박 코치님이 나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셨다. 여러가지 조언을 구해 박 코치님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최희섭의 자발적 변화는 일단 구단 내부와 김 감독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팬들은 그에 대한 의심이 크다. 이미 앞서 수 차례 이런 식으로 '재기'를 다짐했다가 금세 사라지는 일이 있었기 때문. 단도직입적으로 최희섭에게 이런 팬들의 평가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최희섭은 담담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다. 팬 여러분의 비난도 전부 이해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부상 등을 이유로 제대로 나서지 못해 죄송하기만 하다. 동료 선후배와 코칭스태프, 구단에도 정말 죄송하다". 이어 "지난 1년간 많은 반성을 했다. 후회스러웠다. 이제는 뭐라도 하고 싶다. 팬과 팀을 위해서 아프더라도 참고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마지막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최희섭의 이런 반성과 변화에는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김병현과의 대화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최희섭은 "함평 2군 훈련장에서 병현이 형이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라. 그리고 절대 남의 탓도 하지 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는 말을 해줬다. 긴 슬럼프를 겪은 병현이 형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또 서재응, 김상훈 선배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선배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준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최희섭의 새로운 다짐이 이번에도 '공수표'가 될 지, 아니면 정말 '환골탈태'의 계기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날렵해진 몸매와 짧게 깎은 머리, 그리고 '간절함'이 담긴 눈빛에서 최희섭의 의지가 굳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엿보였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