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크다. 당연히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나와 기선제압을 하는 게 맞다.
넥센 히어로즈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소사를 냈다. 소나는 27일 열린 1차전에서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5회를 채우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 선발(우규민 5이닝 2실점)보다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는 점에서 분명 실패다.
소사는 150㎞대 중후반의 직구를 뿌리는 파워피처다. 제구력은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쉼 없이 강속구를 뿌림에도 튼튼한 강철체력이 장점이다. 1차전 선발 낙점의 이유다.
넥센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3선발'로 운영한다. 최근 들어 단기전에서 4명의 선발투수를 쓰는 게 일상화됐지만, 넥센은 선발이 강한 팀이 아니다. 정규시즌 때도 원투펀치를 받칠 3~5선발이 약해 고전했기에 이와 같은 카드를 꺼냈다.
1차전 선발은 3선발 체제의 '키플레이어'다. 1차전 등판 이후 단 3일만 휴식하고 4차전에 나서야 한다. 다른 투수라면 버거울 수 있는 등판일정, 하지만 넥센은 소사의 강철체력에 주목했다. 결국 20승 투수인 밴헤켄 대신 소사를 1차전에 내세우게 됐다.
소사 역시 놀라운 페이스를 보인 건 맞다. 5월 말 나이트의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에 복귀해 2패 뒤 10연승을 달리며 10승 투수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9승에 그쳤던 소사의 첫 두자릿수 승리였다. 넥센으로서도 밴헤켄을 대신해 1차전에 내보낼 만큼 믿음직스러운 카드가 됐다.
어쨌든 1차전에서 소사는 좋지 않았다. 고질적인 제구력 문제가 노출됐다. 경험이 부족한 포수 박동원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큰 변수가 됐다. 4차전에서도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1차전에서 84개의 공만 던졌다는 건 호재다. 소사는 선발등판시 평균 107.7개의 공을 던졌다. 올시즌 20경기 중 아홉 번이나 110구 이상을 던졌고, 120구 이상도 네 차례나 됐다. 그래도 1차전에서 평소와 비슷한 공을 던졌다면, 4차전 등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3일 휴식 후 4일째 등판하게 되는 4차전에서도 체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차전에서 보여줬듯, 넥센에는 강한 필승계투조들이 버티고 있다. 조상우와 손승락은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소사의 4차전 전망은 전혀 어둡지 않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