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100% 번트 수비에 익숙해 있다. 내야수 출신인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세밀한 작전 야구를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상대팀의 번트 수비를 압박하는 100% 번트 수비를 즐겨 한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재미를 본 적도 많았다. 이 100% 번트 수비는 넥센 뿐아니라 삼성 라이온즈도 즐겨 사용한다.
27일 열린 넥센과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3회 100% 번트 수비 상황이 나왔다. 넥센이 1-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LG 공격. 볼넷 2개로 무사에 주자 1,2루. 넥센 선발 투수는 소사였고, 타석엔 좌타자 김용의가 들어갔다. 100% 번트 수비는 수비하는 쪽에서 번트로 한 베이스를 쉽게 내주지 않기 위한 작전이다. 이 수비 작전은 3루수가 사인을 낸다. 3루수 김민성이 수신호를 했다. 소사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면서 김민성과 1루수 박병호가 홈 베이스 쪽으로 달려들면서 압박을 가하게 된다. 유격수 강정호는 3루, 2루수 서건창은 1루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타자가 번트를 대는 걸 전제로 움직인다. 이게 100% 번트 수비의 정석이다.
그런데 김용의가 정상적으로 번트를 대지 않았다. 속임수 동작을 취했다. 페이크 번트를 하고 슬래시를 했다. 타구가 공교롭게 투수 앞 그라운드를 때리고 솟구쳤다. 소사가 점프해서 잡았지만 어느 곳으로도 던질 수가 없었다
이미 2루 주자 손주인은 3루로, 1루 주자 정성훈은 2루로 거의 다 가있었다. 소사는 3루로 던지고 싶었지만 김민성은 3루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강정호와 서건창도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2루로도 던질 수가 없었다. 뒤늦게 1루로 던지려고 했지만 박병호와 서건창도 1루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자 2명은 한루씩 진루했고, 김용의는 내야 안타로 무사 주자 만루 상황이 됐다. 넥센이 정상적으로 수비를 했더라면 더블 플레이도 가능한 타구였다.
LG가 넥센의 100% 번트 수비의 허를 찔렀다. LG 구단에 따르면 넥센의 번트 수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 지시한게 맞아 떨어졌다. 벤치에서 분명하게 지시를 했고, 김용의가 땅볼을 잘 쳐주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넥센 입장에선 내야 수비수들이 김용의의 번트 동작에 속은 것이다. 번트 동작에 내야수들이 예정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또 불행하게도 김용의의 땅볼 타구가 나오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수비 위치에 처하고 말았다.
작전은 항상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100% 번트 수비의 불안요소는 땅볼이다. 내야수들이 기존 위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땅볼을 만들면 주자와 타자 모두 살 가능성이 높다. 이 장면에서 넥센은 울고, LG는 웃었다. LG는 1대1 동점을 만들고 역전에 성공했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