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남전 결과는 신경 안쓰기로 했다. 이기든, 지든 90분간 시원하게 붙어보고 싶다."(조민국 울산 감독)
"전반에는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후반에 성남-울산전 상황을 지켜본 뒤 잠글지, 공격적으로 나갈지 결정하겠다."(하석주 전남 감독)
사선에 선 두 감독이었다. 6위 울산과 7위 전남. 목표는 하나였다. 상위 스플릿 턱걸이를 위한 6위를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 전, 긴장감과 초조함에 운동장은 폭풍전야같았다.
26일, 운명의 승부는 오후 2시 나란히 시작됐다. 울산은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FC를 상대했다. 전남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충돌했다. 양팀 감독은 잔뜩 긴장했다. 실시간으로 상대 경기 결과를 반영해 전략을 구사해야 했다.
숨막혔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가 두 구장에서 펼쳐졌다. 전반 1분, 전남이 인천의 디오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울산 관계자는 오히려 차분했다. "아직 초반이라 알 수 없다." 전남 서포터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초반이니 괜찮아! 할 수 있어."
전남은 초반 실점 이후 조급해졌다.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동점포가 터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안용우가 페널티박스로 파고들어 수비수를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석주의 페르소나' 안용우는 하 감독의 품에 안겼다. 전남 서포터스는 열광했다. 동점골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보던 울산 관계자는 "안 돼"를 외치더니 이내 "아직 초반이니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팽팽하던 성남-울산전에서도 골이 터졌다. 전반 37분, 울산의 따르따가 선제골을 넣었다. 울산 벤치는 환호했다. 피말리는 승부를 지켜보던 울산의 모든 관계자들은 모두 일어섰다. 그룹 A행 티켓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상황은 후반에 급반전됐다. 울산은 후반 2분, 11분, 22분에 내리 세 골을 내줬다. 집중력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울산 관계자는 망연자실했다. 울산이 1-3으로 밀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전남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비기기만 해도 상위 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남의 희망은 곧바로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후반 23분과 34분 인천의 문상윤과 진성욱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또 한번의 반전,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승자는 울산이었다. 하지만 자력 진출은 울산의 자존심이었다. 후반 28분 이 호의 두 번째 골로 추격했다. 조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미드필더 안진범과 수비수 박동혁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동혁을 공격수로 올리는 초강수가 보태졌다. 박동혁은 후반 38분 동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1분 뒤에는 직접 헤딩으로 역전골을 폭발시켰다. 조 감독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그리고 박동혁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제 울산은 골만 내주지 않으면 그룹A행이었다. 전남은 인천을 꺾어도 그룹B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전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후반 35분부터 세트피스 상황이 나오면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문전에 집결시켰다. 골키퍼 김병지도 골문을 비우고 '스키퍼(스위퍼+골키퍼)' 역할을 했다. 파상공세의 효과는 컸다. 전남은 후반 42분과 추가시간 코니의 연속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아쉬운 무승부였다. 전남은 운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성남의 역전을 바랐다. 그러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울산은 강한 압박과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성남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상위 스플릿행의 목표를 이뤄냈다. 전남 선수들과 관계자, 서포터스는 울산의 승리 소식을 전해듣고는 고개를 떨궜다.
숨막혔던 스플릿 전쟁, 승부는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울산은 축제를 즐겼다. 조 감독은 올시즌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송동진 울산 단장를 비롯한 프런트는 경기장 입구로 내려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포옹했다. 이것이 뜨거운 K-리그, 축구의 현장이었다.
성남=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