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투수들은 잠실구장을 편하게 생각한다. 펜스까지의 거리가 국내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홈런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작다. 잠실구장은 좌우가 100m, 좌우중간 118m, 가운데가 125m다.
LG 트윈스 마무리 봉중근은 지난 26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잠실은 여러 장점이 많다. 목동은 홈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하지만, 잠실에서는 타자들이 무섭게 안느껴진다"고 밝혔다. 이번 플레이오프가 4차전서 끝날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3,4차전이 열리는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하고 싶다는 의미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시즌 팀홈런 199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홈런 1,2위 박병호와 강정호는 각각 52개와 40개의 아치를 그렸다. 투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LG를 상대로도 박병호는 5개, 강정호는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런데 이들이 잠실 LG전에서 터뜨린 홈런은 박병호가 0개, 강정호가 3개다.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박병호는 잠실 LG전에 8게임에 출전해 단 한 개의 홈런도 날리지 못했다. 잠실 두산전에서는 3개의 대포를 터뜨린 박병호가 LG 투수들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이야기다. 잠실구장의 타율도 박병호는 2할3푼1리인 반면 강정호는 3할5푼6리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목동구장을 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병호는 목동에서 타율 3할5푼6리, 35홈런, 71타점을 올렸다. 강정호 역시 목동에서 타율 3할4푼4리, 21홈런, 42타점을 때리며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목동 LG전에서 박병호는 8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4푼4리에 5홈런, 강정호는 3할6푼7리에 3홈런을 기록했다. LG를 상대로만 따진다면 강정호는 잠실과 목동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인 반면, 박병호는 잠실에서 유독 부진을 면치 못한 셈이다.
결국 박병호가 잠실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느냐가 플레이오프 3,4차전 승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넥센 입장에서는 박병호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LG 투수들로서는 박병호를 시즌처럼 효과적으로 막는다면 승산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봉중근의 경우 올시즌 박병호와 한 번 대결해 삼진 처리했다. 최근 3년간 맞대결 성적으로 보더라도 박병호는 봉중근에게 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부진했다. 봉중근이 박병호를 자신있어 하는 이유가 수치상으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투타 대결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를 편하게 생각하면 공격적이고 여유있는 투구로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박병호가 이번 플레이오프 잠실 경기에서 홈런왕의 위용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