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군 선수들은 정말 축복받은 존재들입니다. 특히 '스타'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억대 연봉에 팬들의 뜨거운 사랑까지 한 몸에 받곤 하죠. 그건 그만큼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그런 성공은 혼자서 이뤄낸 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의 성공을 뒷바라지 한 사람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헌신적인 지도를 하는 코치들이나 상대팀의 공략 포인트를 세밀히 짚어주는 전력분석팀, 그리고 선수들이 편안하게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 요원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과연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별을 더 빛나게 해주는 '어둠'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남자. 쏟아지는 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신의 역투를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입니다. 그러면서 입은 쉬지 않습니다. "좋아 좋아!" "그렇지. 나이스 배팅!" "아니야. 다시!".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요. 이 날씨에서는 공 하나만 던지기도 힘들어보이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피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파이팅이 넘칩니다. 심지어 이 파이팅, 전염성까지 있습니다. 그가 던지는 공을 받아치는 선수들 역시 "오케이!" "다시 한번"을 연신 외치며 방망이를 세차게 돌립니다.
LG 트윈스 원정 전력분석요원인 서인석(31)씨가 주인공입니다. 이날 배팅볼 투수로 나서 LG 타자들에게 150여 개의 공을 전력투구했습니다. 온 몸이 비에 젖었지만, 오히려 뜨거운 김이 뿜어나옵니다. 얼마나 열심히 던졌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궈졌습니다.
서인석 전력분석원이 말했습니다. "트레이닝 코치가 선수들의 몸을 마사지 해주듯이, 배팅볼 투수는 타자들의 감을 마사지 해줘야 해요. 그냥 공만 던지면 안되고, 선수들의 기를 북돋아주는 게 제 역할이죠." 그만의 '배팅볼 마사지론'입니다.
실제로 선수들은 서인석씨가 던지는 배팅볼을 좋아합니다. 이날도 원래 던질 예정이 아니었지만, 이병규(9)가 특별히 서인석씨를 불렀다고 합니다. "이병규 선배가 저보고 배팅볼을 던져달라고 하더군요. 1차전에 제가 던진 뒤 이겨서 감이 좋다나요. 오늘 보니까 병규 선배나 손주인 등 타자들의 스윙이 한층 좋더라고요.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의 보직은 원래 전력분석원입니다. 2011년부터 LG 전력분석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는 휘문고 시절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촉망받는 포수였습니다. 3학년 시절인 2001년에 2학년 에이스 우규민과 짝꿍을 이뤄 우승컵을 들어올렸죠.
하지만 프로 무대 입성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오른손 검지 복합골절 등 부상으로 결국 2002년 한화 이글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이듬해 초반 현역으로 입대합니다. 만기 제대 후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2007년 LG 2군 불펜포수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4년을 보낸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답니다. "프로선수들은 타고나는 거구나. 나는 다른 역할을 해야겠다."
그가 찾은 새 길이 바로 '전력 분석'입니다. 서인석씨는 "선수들의 활약을 뒤에서 돕는 데 매력을 느꼈죠. 지난 4년간 열심히 노력해서 새로운 꿈을 이뤘습니다. 배팅볼은 가끔씩 던지는 데 선수들의 반응이 좋아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LG 양상문 감독은 "정말 꼼꼼하게 전력분석을 하는 친구죠. 사실 저렇게 보이지 않는 데서 열심히 해준 사람들 덕분에 LG가 강해질 수 있는 겁니다. 저런 친구들이 더 크게 주목받을 필요가 있어요"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서인석씨는 LG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뜻입니다. 그의 열정은 주목받기에 충분합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