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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지난해 PS 악몽 LG, 그리고 NC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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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우리 작년 모습이예요. NC를 보면 말이죠."

포스트시즌, 단기전은 선수들의 실력보다는 멘탈, 그리고 분위기 싸움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뛰는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경기 전, 그리고 경기 중 보여지고 느껴지는 상대 모습을 통해 그 경기와 시리즈 전체 향방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대4로 대승을 거둔 LG 트윈스 선수들이 '이번 시리즈는 3-0, 아니면 3-1로 우리가 이기겠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실제 LG 덕아웃은 자신감이 넘친다. 1차전을 이겼다고 해서 마냥 자만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현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NC 선수단에게서 지난해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LG의 한 선수는 "지난해 우리팀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무슨 뜻일까.

LG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며 삼성 라이온즈와 치열한 정규시즌 1위 다툼을 벌였다. 1위는 삼성에게 내줬지만 LG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 암흑기를 거친 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힘없이 무너졌다. 전력에서는 LG가 앞선다는 평가였지만, 매경기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며 자멸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를 돌이킨 선수들이 하는 말은 "솔직히 너무 긴장을 했고, 얼어있었다"였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정규시즌 2위까지 차지했으니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승리에 대한 압박이 선수들의 몸을 경직시킨 것. 베테랑 선수들조차도 너무 길었던 암흑기로 인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덜덜 떨릴 정도였다고 하니 말 다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상대까지 라이벌 두산이었기에 선수들의 긴장감은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LG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긴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 그런데 4위 자리가 걸려있던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 혈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선수들은 "마지막 10경기, 특히, 그 중 마지막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 2경기에 너무 긴장을 해 이제는 긴장할 힘도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상대 NC 덕아웃을 바라보니 선수들이 덜덜 떨고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

NC도 지난해 LG와 같이 쉽지 않은 첫 가을야구다. 1군 진입 2년 만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느낄 첫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은 쉽게 떨쳐낼 수 없다. 겨우 4위에 턱걸이한 LG를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리를 지배한다. 그런데 처음 경험해보는 가을야구의 상상할 수 없던 분위기에 소위 말하는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타자들은 자신의 스윙이 아닌 맞히는데 급급하고 누상에서 적극적으로 뛰지 못한다. '이 중요한 경기 내가 아웃카운트를 늘려 경기를 망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경기가 꼬인다.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있어 괜찮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팀 분위기라는게 있어 세 사람의 존재감이 묻힐 수도 있다. 1차전 믿었던 이종욱의 어이없는 송구 장면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렇다고 NC 선수들도 기죽어 있을 필요 만은 없다. 오히려 지난해 LG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떠올리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LG의 가을야구 모습이, 현재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점을 빨리 개선해야하는지 힌트를 얻으면 된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