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이소. 우리는 괜찮아예."
우산과 우비 차림의 야구팬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함성도 들려왔다. 20일 창원 마산구장. 끊임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창원 팬은 간절히 야구 경기가 열리기를 소망했다. 유광점퍼 차림의 LG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기를 보려고 서울에서 내려온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끝내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이날 열리지 못했다. 공식 경기 개시 시간인 오후 6시30분을 넘겨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하늘은 이날 경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오후 6시47분에 우천 순연이 결정됐다. 21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이 열린다.
원래부터 이날 비 예보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식. 창원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날 1차전을 마친 후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양팀 관계자들 모두 2차전이 예정대로 순조롭게 치뤄질 수 있을 지 걱정을 했다.
예보대로 비는 20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전부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늘은 짙은 비구름으로 어두웠지만, 적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NC 구단 관계자는 "이 상태만 유지되면 경기는 치를 수 있겠다"며 스마트폰으로 연신 일기예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NC 테임즈는 "오늘 정확히 몇 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나"라며 취재진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나 우천 순연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원정팀 LG가 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4시30분 경. 하늘에서 한 두 방울씩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줄어들었다 늘었다를 반복했다. LG 선수들은 훈련을 이어가면서 빗방울이 잦아들면 "경기 하겠네"라고 하다가도 또 굵어지면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
야구장 앞에 모인 관중들도 걱정하긴 마찬가지였다. 오후 5시30분쯤 야구장 앞에는 관중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여기저기서 "비 안그치겠는데? 경기 할 수 있겠나?"라는 말이 들렸다. 우산과 우비를 파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구장 안전요원은 미니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우천 취소가 될 경우 표를 가지고 계셔야 환불이 됩니다. 표 버리지 마세요"라는 안내 방송을 연신 해댔다.
결정의 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그라운드에는 이미 방수포가 깔린 상황. 오후 6시30분이 다가오자 전광판에는 우천 취소시 환불 규정 안내가 다시 공지됐다. 이어 좀 더 기다려본 뒤 우천 취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지도 나왔다. 결국 오후 6시47분에 우천 순연이 공식 결정됐다.
KBO는 이날 경기가 우천 순연됐지만, 애국가와 시구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용인 제일초등학교 6학년 학생 20여명이 빗속에서 애국가를 불렀고, 교내운동회에서 감동의 '동반 질주'로 SNS에서 화제를 모은 용인 제일초등학교 학생 6명이 승리기원 시구를 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