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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PS 헤드샷 퇴장,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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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헤드샷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직구)이 타자의 머리에 스치기만 해도 고의성 여부에 상관없이 즉각 퇴장이다. 아무리 헬멧이 있다고 해도 투수가 힘껏 던진 공이 머리에 맞으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를 미리 막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헤드샷 퇴장'이 나오면 감독들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수를 미리 준비시킬 수가 없다. 대체 투수의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급하게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호흡이 긴 정규시즌이라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건곤일척의 포스트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고의성이라고는 단 1%도 없는 실투때문에 시리즈 전체가 휘청이는 경우도 나올 법 하다.

'헤드샷 퇴장' 규정의 목적이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포스트시즌에도 이 규정을 유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특히나 고의성이 전혀 없는 헬멧에 살짝 스친 경우까지도 '헤드샷'의 범위에 넣는 것은 확실히 지나친 감이 있다. 차후 재검토를 할 필요도 있다.

이런 극히 드문 상황이 포스트시즌에 등장했다.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는 초반부터 미친듯이 NC 마운드를 두들겼다. 1회에 최경철의 스리런 홈런을 포함해 6점을 뽑아 기선을 확실히 잡았다. 그렇게 경기는 LG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경기가 막 중반으로 접어든 5회말. 사달이 벌어졌다. 1-8로 크게 뒤지던 NC의 공격. LG 선발 류제국은 4회까지 4피안타 1홈런으로 1실점하며 호투하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묵직한 공을 뿌려댔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61개. 페이스가 갑자기 흔들리지 않는다면 6~7회까지는 무난히 버틸 듯 보였다.

그런데 5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모창민을 상대로 던진 2구째가 손에서 빠졌다. 138㎞짜리 투심 패스트볼이 모창민의 머리쪽으로 날아가더니 헬멧 앞쪽 챙에 살짝 스쳤다. 모창민은 최수원 주심에게 공이 머리에 맞았다고 하면서 1루로 걸어나갔고, 최 주심은 마운드 쪽으로 나와 류제국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퇴장을 명했다. 류제국은 허탈한 듯 쓴웃음을 지은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상문 LG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와 최 주심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규정대로 처리한 일에 대해 항의할 수는 없다. 다음 투수가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행동이었다. LG에는 갑작스러운 위기, NC에는 전세 역전의 기회였다.

류제국의 '헤드샷 퇴장'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나온 두 번째 사건이다. 첫 번째 케이스는 지난 2003년 10월 21일에 열린 SK 와이번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때였다. 당시 6회에 구원등판한 SK 투수 김정수가 첫 상대인 현대 전준호의 헬멧을 맞혀 자동으로 퇴장됐다. 이후에는 '헤드샷 퇴장'이 없었다. '헤드샷 퇴장 규정'이 2005년에 사라졌기 때문. 그러나 올해 이 규정이 부활하며 류제국이 사상 두 번째 '포스트시즌 헤드샷 퇴장'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