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홈런 쳤을 때 보다 더 좋습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다는 것 말고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 LG 트윈스 포수 최경철이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승리를 이끌었다. 만년 백업포수에서 준PO준 1차전 MVP가 됐다. 그야말로 '대박' 인생 역전이다.
최경철은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PO 1차전 1회초 3-0에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 한 방에 NC가 완전히 침몰했다. 2005년 SK 와이번스 시절 준PO에 딱 1경기 출전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타석에는 서지 못했다. 최경철은 NC 두 번째 투수 웨버를 상대로 한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그림같은 홈런을 때려냈다.
기분 좋은 홈런 덕이었을까. 마스크를 쓰고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2루를 넘보던 NC 주자를 두 차례나 잡아내며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장면이 두 번이나 연출됐다. 7-1로 앞서던 3회 2사 1루에서 류제국의 바운드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했다. 이 때 NC 1루주자 김종호가 2루로 뛰었다. 최경철은 당황하지 않고 2루에 정확히 송구해 지난 시즌 도루왕 김종호를 잡아냈다. 7회에도 마찬가지. 2-8로 뒤지던 NC는 7회말 1사 후 손시헌이 안타로 출루하자 대주자 이상호를 투입했다. 타석에는 대타 조영훈을 내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LG 임정우가 바운드공을 던진 틈을 타 2루까지 진루하려던 이상호도 최경철의 강철 송구에 고개를 떨궜다. 대주자-대타를 낸 NC는 극도의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NC는 8회 LG에 5점을 내주며 자멸했다.
최경철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 공격적으로 하려 했다. 평소, 2B에서 잘 치지 않는데 공격적으로 때린 게 운이 좋았다. 올시즌 10년 만에 홈런을 쳤는데, 그 때 홈런보다 오늘 홈런이 훨씬 더 좋다. 기선제압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팔을 쭉 뻗은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내가 그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2루에서 주자를 잡은 장면에 대해서는 "공이 옆으로 흘렀다. 내가 몸은 이래도 공을 찾아 가고, 던지는 건 빠르다. 무조건 뛸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던졌다"고 설명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