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우천취소됐다. 경기 전부터 비가 내렸다. 15분을 기다렸지만, 그치지 않았다.
사소한 변수에도 단기전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천취소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이례적으로 우천취소 후 양 팀 감독의 기자회견이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특이한 점 하나. LG 양상문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의 동상이몽. 우천취소에 대해 서로 '우리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해석은 하기 나름이다.
LG 입장에서는 치열한 4강 레이스에서 떨어진 투타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NC의 경우 1차전 대패에 대한 공수의 세밀한 후유증을 덜어낼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거꾸로 LG는 상승세라는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점, NC의 경우 체력적 부담이 많은 LG를 거칠게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면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1차전을 잡은 여유. 우천취소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
그는 "(우천취소가)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양 감독은 "어제 좋은 분위기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때문에 '(분위기를 이어) 경기를 계속하는 게 좋지 않나'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야구의 전반적인 정서를 보면 그날 안타를 많이 치면 다음날 침체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비로 인해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장점에 대해 역설했다. "그동안 4강 경쟁이 심리적으로 많이 피곤했다. 체력적인 영향은 없지만, 하루 휴식은 심리적인 피곤함을 덜어줄 수 있다. 그런 점은 전혀 나쁘지 않다"고 했다.
NC 김경문 감독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팀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때 우천순연이 되면 선수들의 부담이 덜어진다. 사실 오늘 선수들에게 '마음풀고 편하게 하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선수들은 부담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하루 쉬고 집에 가서 쉬면 당연히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중 팀의 좋은 모드에서 우천취소가 되면 그 분위기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일 그런 변화를 기대해 본다. 우리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 동안 잘해왔다. 1패한 것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1승만 거두면 분위기는 완전 달라질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2차전이 취소된 20일 뿐만 아니라 다음날(21일)에는 더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 이날처럼 우천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대해 양 팀 감독은 고충을 토로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에서 쓸데없이 미리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언질을 주는 사령탑은 없다.
양 감독은 "내일 선발은 리오단으로 계속간다. 하지만 내일도 취소되면 우규민 카드를 고민해봐야 한다. 오늘 밤 숙소에서 강상수 코치와 함께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내일마저 취소가 되면 선발 투수 교체를 적극 검토할 것이다. 하루씩 밀리면 두 명의 선발(2, 3차전)이 모두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양팀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우천취소가 서로 유리하다는 의미. 현실은 그럴 수 없다. 득과 실이 포함된 우천취소다. 따라서 두 사령탑의 동상이몽은 일종의 기싸움이다.
단기전에서 선수단의 사기는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천취소에 따른 변수를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 선수단의 심리적 사기를 높이려는 심리전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천취소로 양 팀에 미치는 장, 단점은 어떤 팀이 더 낫다고 평가내리기 까다롭다. 그래서 더욱 양 팀 감독의 심리전은 더욱 흥미롭다.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우천취소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가 나온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