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던 선발투수가 '헤드샷'으로 인해 퇴장 조치를 받았다. 팀으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 그런데 전화위복이 됐다. 경기를 이기고 나니 감독은 "오히려 약이 됐다"라고 한다. 무슨 의미일까.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9일 마산구장. 8-1로 앞서던 LG가 5회말 악재를 맞이했다. 호투하던 선발 류제국이 선두타자 모창민의 머리에 사구를 맞혔다. 투심패스트볼이었다. 규정상 자동 퇴장. 다행히 모창민의 헬멧 끝쪽에 스쳐 큰 부상은 없었다.
경기의 변수가 될 뻔 했다. LG는 급하게 윤지웅을 투입해 1실점으로 5이닝을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윤지웅 이후 신재웅 임정우 유원상 정찬헌 이동현이 차례로 나와 공을 던졌다.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필승조들이 모두 나와 투구를 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를 두고 "헤드샷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갑자기 선발투수가 퇴장을 당해 경기 내용이 어려워졌다면 할 수 없는 말. 하지만 LG는 초반 벌려놨던 큰 점수차 덕에 헤드샷 악재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경기를 풀었다.
양 감독은 "불펜 필승조 투수들이 실전 경기에서 컨디션 조절을 했어야 했다. 안그래도 류제국이 6회까지 던지면 7, 8. 9회를 짧게 끊어 투수들을 가동하려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시리즈 투수 운용에 있어 매우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우리가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 혈전을 치렀지만, 불펜진을 무리하게 쓰지 않아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했다.
류제국의 투구수가 63개에 그쳤던 것도 LG에는 행운이 될 수 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투구수가 줄어들었기에, 만약 시리즈가 4차전으로 갈 경우 류제국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 3일 휴식 후 등판이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아 충분히 류제국 카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양 감독은 "제국이가 퇴장당하는 순간 4차전 생각이 딱 들었다"라고 말하며 "남은 시간 컨디션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분명 류제국이 4차전에 활용될 가능성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류제국 본인도 "선발이 다른 투수로 내정돼있다면 불펜에서라도 대기할 수 있다. 나는 계속 던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LG는 4차전 신정락 선발 투입을 고려중이다. 하지만 류제국이 던질 수만 있다면 신정락을 2, 3차전 전천후 불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