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붕괴되면 골이 더 많이 날 수도 있고…."
윤성효 부산 감독은 19일 경남과의 홈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그 막판 순위경쟁이 거세지면서 매경기 1골차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승점 1점차 11위 부산과 12위 경남의 경기 역시 다득점보다는 한골 싸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윤 감독의 답변은 이랬다. "확 무너지지 않는 이상… 1골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골이 더 날 수도 있고…. 어느 팀이 멘탈이 붕괴되느냐, 그 싸움이다."
윤 감독의 예언이 적중했다. 부산은 경남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4대0 대승을 거뒀다. 전반 38분 닐손 주니어, 후반 17분 박용지, 후반 29분 이경렬, 후반 35분 임상협의 연속골이 작렬했다. '승점 1점차' 리그 11위 부산(승점 29)과 최하위 경남(승점 28)이 스플릿리그 2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배수진을 친 '외나무 승부',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몰아친 파그너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가운데 '대승'은 의외였다. 골 뿐만 아니라 골점유율에서도 62%대 38%로, 부산이 완전히 지배한 경기였다.
브랑코 경남 감독대행은 경기 후 망연자실했다. 대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아이 돈 노 와이(I don't know why)"를 연발했다. 성남-부산전에서 왜 경기력이 뚝 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대답할 말이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큰 중압감으 느끼고 있는 것같다. 경기를 잘해왔는데, 오늘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대답할 말이 없다. 패스도 안됐고, 파이팅도, 컴팩트한 압박도 없었다"며 극도의 아쉬움을 표했다. 어린선수들의 흔들린 멘탈을 지적했다. 강등전쟁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다.
단두대 매치, 외나무 혈투를 지배한 것은 결국 멘탈이었다. 윤 감독은 경기후 "우리가 이전 경남과의 2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넣고, 무승부를 기록했다. 5월 첫경기는 홈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2대0으로 앞서다가 두 골을 먹고 비겼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그런 부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했다. "오늘 선제골을 넣는다면, 오늘만큼은 우리선수들이 분명 대량 득점을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며 웃었다.
잘나갈때나, 못나갈 때나 선수들을 향한 윤 감독의 믿음은 한결같다. 선수들을 다그치거나 야단치지 않는다. 강등권 싸움중에도 "평소처럼"의 평상심을 강조하고 있다. 4대0 대승 직후 윤 감독은 "오늘 경기는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 오늘 경기 계기로 남은 게임 더욱 분발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파그너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낸 '꽃미남 듀오' 임상협 박용지도 칭찬했다. "용지, 상협이가 저희팀에서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었다"며 웃었다.
부산은 제주-경남전 2연승, 최근 5경기 무패(3승2무)를 기록했다. 반전의 비결은 '믿음'이었다. 윤 감독은 스플릿리그 종료때까지 올시즌 남은 6경기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나는 분명히 우리 선수들이 해주리라고 믿었고, 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