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최강 전력은 변함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가 강한 이유, 어떤 선수가 튀어나와도 절대 전력 누수가 생기지 않는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3연패 대기록을 달성한 삼성. 하지만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직후에도 류중일 감독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충분히 기뻐해도 될 일인데, 당장 다음 시즌 걱정부터 들었다는게 류 감독의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승팀으로서 차기 시즌 당연히 패권을 지켜내야 하는데 공-수의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게 됐다. 최고 마무리 오승환(한신)은 해외 진출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고, 1번타자 중견수 배영섭은 군에 입대해야 했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머리를 감싸쥐었다. 마무리 자리는 임창용의 영입으로 해결이 됐다고 하지만, 중견수 자리는 정형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형식이 부진했다. 시즌 초반, 정형식의 타순에서 막히며 경기가 꼬였다. 이 때 갑자기 등장한 선수가 박해민. 2012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로 입단한 철저한 무명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수비 범위가 매우 넓고 좌타석에서 공도 잘 맞히는 박해민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전폭적으로 기회를 줬다. 결과는 대성공. 박해민은 현재 대구구장 최고의 스타 선수로 성장했다.
포수 이흥련의 발견도 대단하다. 다른 팀들은 포수난에 허덕이며 걱정만을 늘어놓는데, 삼성은 당장 1군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포수를 뚝딱 만들어냈다. 이흥련 역시 대졸 2년차 무명선수. 하지만 올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류 감독이 "이 선수 잘 지켜보라"라고 하며 힘을 실어줬다. 만약, 이흥련이 없었다면 삼성의 올시즌은 어떻게 됐을까. 삼성은 주전포수 진갑용과 이지영이 시즌 초반 동시에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포수 한 명의 역할에 따라 경기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흥련이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경기를 해주며 삼성이 초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두 사람 뿐 아니다. 야수에서는 김헌곤 박찬도, 투수에서는 백정현 김현우 박근홍 등 팬들에게 생소한 선수들도 삼성 유니폼을 야구를 하니 강해보였다. 당장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도 뛸 수 있을 것 같은 탄탄한 백업진 덕에 삼성의 주전 선수들이 마음 편히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욕심 많은 류 감독은 최근 "우리팀에는 1루수가 없다"라고 하며 "구자욱이란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 주포시젼은 3루지만 박석민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발도 빠르고 수비도 내외야가 모두 가능해 1루수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잘만 된다면 제2의 박해민이 내년 시즌 또 나올 수 있다.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도 대단하다. 삼성은 올해 야구사관학교라고 표현하면 적당한 BB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만들어 유망주 육성을 전문화 시켰다. 여기에 경신볼파크에 만족하지 않고, 인근 지역에 4개 그라운드가 들어서는 훈련장을 만들 욕심도 있다.
그냥 갑자기 좋은 선수가 튀어나오는게 아니다. 배 아파할 필요 없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