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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전담 키커를 맡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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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가 전부였다.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에서 각각 한 차례씩 기록했다. '패스 마스터'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프리킥 횟수다.

기성용이 '전담 키커'의 타이틀을 뗐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서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부임 이후 생긴 변화다. 세트피스는 손흥민(레버쿠젠) 김민우(사간도스)가 전담했다. 각각 오른발과 왼발 주자로 나섰다. 그렇다면 기성용은 왜 슈틸리케호에서 전담 키커를 맡지 않는 것일까.

먼저 소속팀에서의 역할을 살펴보자. 유럽에 진출한 이후 프리킥,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의 역할은 두번 바뀌었다. 셀틱에서는 전담 키커 역할을 맡았다. 프리킥, 코너킥 등을 도맡았다. 2012~2013시즌 스완지시티에서의 첫 시즌도 비슷했다. 데 구즈만과 전담 키커를 양분하며 킥 감각을 유지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부터 키커를 맡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2선에 자리했다. 데 구즈만의 프리킥을 상대 수비가 걷어내면 페널티박스 바깥 정면에서 슈팅 혹은 재차 크로스를 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2013~2014시즌 선덜랜드로 임대된 이후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시즌 초반 선덜랜드에서 페널티킥을 차기도 했지만 후반기에는 2선에 배치되거나 헤딩 싸움에 가담했다. 올시즌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은 또 한번 변신했다. 세트피스시 그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적극적으로 헤딩 볼을 노리는 역할을 맡았다.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이나 게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은 기성용의 킥력보다 신장에 더 주목했다. 킥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이상 신장이 1m90에 이르는 기성용을 헤딩싸움에 가담시키는게 더 효과적인 활용법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러나 딜레마는 있었다. 기성용에게 헤딩은 최대 약점이었다.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은 "성용이가 어렸을 때 헤딩을 하다 다친 경험이 있다. 트라우마가 있는지 헤딩을 잘 안하려 한다. 그래서 예전에 헤딩 골을 넣으면 차를 사준다는 약속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유럽 무대에서 생존을 위해 기성용은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기성용은 헤딩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장신을 이용한 헤딩 가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리버풀을 상대로 프로 첫 헤딩골의 기쁨을 누렸다. 새로운 진화였다.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와보자.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기성용은 헤딩을 못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달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후반 막판 헤딩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날 기성용은 세트피스에 가담해 수 차례 위협적인 헤딩 슈팅을 기록했다. 첫 인상이 강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은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까지 다양한 능력을 지녔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기성용도 "이렇게 헤딩을 많이 하기는 처음이다. 헤딩에 취약했는데 공중볼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소집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에게 따로 킥을 주문하지 않았다. 기성용은 "전담 키커에 대한 말은 감독님께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은 세트피스시 기성용을 헤딩에 적극 가담시켰다. 장신인 기성용의 공중볼 경합만으로도 상대 수비수들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11월 A매치 2연전에 주목해볼 차례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까. 만약 기성용이 지속적으로 헤딩에 가담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에 '전담 키커 기성용'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